세상 모든 것이 세월을 타듯 그림도 많은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변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화가가 제대로 된 재료를 용도에 맞게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변색이 되거나 물감이 갈라지기도 하고 변형이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림이 중병으로 아파하는 것은 그것을 보존하는 환경이 맞지 않거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 대다수다.
물론 가정이나 사무실 벽면에 걸려 그 공간 구성원들과 정서를 따뜻하게 나누고 있는 그림들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미술품 보존시설은 열악하고 관리 상태가 허술한 경우가 있다. 그나마 실내에 게시되어 있는 작품은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벽에 걸리지 못하고 창고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작품들도 허다하다. 어떤 기관의 경우는 그것이 누구의 작품인지도, 어떤 경로로 우중충한 창고에서 오랜 시간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 작품이 중병을 앓는 것처럼 곰팡이로 얼룩져버린 경우도 있다. 또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어 사라진 작품도 일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술품의 보유현황을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관리 보존하고 역사와 가치를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최근 이런 이유에서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산하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 현황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산하기관에서 파악한 작품현황을 토대로 실사를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작품 이미지와 함께 도록을 제작하고 있다. 이 자료들을 전산화하여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부 작품은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미적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자 학생문화센터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대구시교육청의 이러한 사업은 미술품 관리의 좋은 방안으로 그 효과가 클 것이라 기대된다. 아울러 미술품의 보존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이런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좋은 작품들을 창고에서 불편한 잠만 자게 할 것이 아니라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적합한 곳에 그림을 걸어두고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건물의 재질이나 공간의 형태와 크기, 그 공간의 주된 기능과 조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거기에 적절한 장르, 내용, 크기, 재료, 색상 등을 고려하여 게시해야 한다.
미술품에 대한 유'무형의 가치를 이해하여 병든 작품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 않겠나?
그것이 작가의 진정한 혼이 담긴 격이 있는 작품이라면 이러한 노력에 반드시 따뜻한 큰 감동으로 돌아올 것이다.
김윤종<화가 gilimi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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