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엔 음기의 굴 산재, 대표적 음양산
산이 위치한 곳은 충남 금산군과 영동군의 경계. 지척의 갈기산(鞨騏山·585m)과 월영산(月迎山·528.6m), 천태산(天台山·715m), 대성산(大聖山·704m)에 비하면 그 높이가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분지에 솟아 환상의 조망대다.
산 정상부에 산성이 있어서 성재산이라고도 불리며, 임진왜란 때 중봉 조헌 선생이 주민과 의병을 데리고 싸웠다고 해서 조헌 선생의 호를 따서 중봉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옛날 약초인 지치나 영지가 많이 있어서 자지산(紫芝山)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상 자지산은 남성의 성기 비슷한 모양이라 양이며, 천내 원골 건너의 강가 수십 길 바위 벼루에 여성의 성기 비슷한 음의 굴이 있다. 그래서 자지산은 우리나라에서 음양산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영동 천태산 쪽에서 보면 산줄기가 서쪽으로 뻗어나가다 자지산에서 머리를 불끈 들어 올린 모양이 마치 남성이 성을 낸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산행의 시작점은 '기러기공원'인 '원골' 입구다. 갈기산 등산 기점을 지나 약 5분 이내에 버스 두서너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우측에 있고 육각으로 된 정자가 보인다. 내비게이션에는 기러기 공원이 나오지 않아 원골이라 입력해야 한다.
나무로 만든 데크가 계단 길처럼 만들어져 있고 잠수교까지 연결되어 있다. 잠수교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부엉산이 시선을 붙들고 좌측 전방 마을 너머로 자지산의 암릉이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여름이면 인공분수가 부엉산의 천길 벼랑 아래로 흘러내리지만 겨울철이라 조망으로 대신한다.
다리를 건너면 좌측 임도를 따라 마을 입구까지 진행한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지 말고 좌측으로 약간 돌아 나오는 임도를 따른다. 5분 후 길은 우측으로 꺾이다가 좌측으로 틀면서 강 옆으로 임도가 지난다. 거대한 바위벽을 통과하면 저 멀리 난들교가 보이고, 다리 우측으로 자지산이라 쓰인 커다란 표지석이 눈에 든다.
등산로 초입은 가파르다. 산소를 감아 돌면서 지능선 위로 길이 이어진다. 사방도로에 내려서서 좌측으로 접어들면서 고개를 들면 자지산의 암봉과 암벽이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산의 능선으로 다시 올라붙고 그리 위험하지 않은 암벽 오름길이 성벽처럼 막아선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돌아서면 금강을 품에 안은 평야와 진안의 진산 진락산이 뒤쪽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많이 위험하지 않은 곳인데도 로프를 깔아 안전에 대비했다. 많은 눈이 내리는 겨울과 우기에 대비한 설치물이지만 차라리 로프를 깔지 않았으면 하고 아쉬워해 본다. 지나친 인공 설치물들이 등산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하고 멋진 암릉 길이 다소 맥이 빠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구간이 자지산 등산로의 최고 백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바위지대를 기어올라 통과하면 조망의 산답게 주변이 환상적이다. 곳곳에 바위벼랑들이 많고 능선 또한 칼날처럼 날카롭다. 기암괴석인데다 홀 산이라 경관이 수려하다. 서쪽의 천앙봉과의 사이에 신안천이 흐르고 천길 바위낭떠러지 아래 새로 짓고 있는 암자도 보인다. 신안천의 끄트머리 북쪽으로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도 고개를 삐죽이 내민다. 남쪽 비탈도 층층이 깎아지른 바위벼랑이 겹쳐 있어 매우 험하게 보이고 우뚝하다.
너덜지대를 통과하니 허물어진 자지산성 터다. 예전에 임진왜란 때 무기가 없던 병사들이 왜병과 석전을 벌이기 위해 금강까지 한 줄로 서서 강돌을 날랐던 곳이라고 한다. 남아있는 자지산성 터 석축 뒤쪽은 절벽이라 천혜의 요새다. 정상부는 서봉과 동봉, 둘로 되어 있는데 두 봉 사이는 약 150m쯤 되며 평탄하지만 날카로운 바위등성이다.
정상인 동봉에는 '紫芝山'(자지산)이란 한자 표석이 있다. '자지'란 뜻은 민망한 한글 이름이 아닌 '지치'라 불리는 '자주색 지초'를 의미한다.
주변 조망을 살피면 서쪽으로 금산의 평야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봉황천이 보이고 그 너머로 진락산이 보인다. 동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옥천의 대성산과 천태산이 우뚝하고 남동쪽으로는 올망졸망한 작은 산들과 들녘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그 너머에 삼도에 걸친 민주지산이 선명하다. 그 우측으로 덕이 넘쳐 넉넉한 덕유산이 바라보인다.
자지산 정상에서 5분여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인데 최단거리 탈출로가 있다. 좌측으로 길을 잡아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능선에 올라서면 갈림길이다. 좌측은 천태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고 오른쪽이 부엉산으로 가는 길이다.
부엉산에 도착하면 표지목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부엉바위에 오르면 또 한 번 환상의 조망이다. 도도한 금강 줄기와 금산벌판이 조망되고 갈기산'월영산이 지척이다. 금산 인삼밭과 어우러진 주변 풍경들도 그림 같다.
내림 길은 다소 가파르다. 안부에 내려서면 이곳에서부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바위벼랑으로 이뤄진 암산 앞에 전망대와 조망대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모양이다. 아마도 완공이 되면 등산객과 유산객들이 한데 어울리는 새로운 명소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원골 입구 세월교에서 등산을 시작해 자지산 부엉산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데 약 7.6㎞의 거리에 3,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충청도라고는 하나 대구에서 지척이라 오전 8시에 출발해도 오후 5시 이전에 대구에 도착할 수 있다.
조망의 산답게 중부 내륙의 천태산, 서대산, 진악산, 대둔산, 갈기산, 월영산 등이 확실하게 조망된다. 거기다가 민주지산과 덕유산은 덤이다. 이뿐만 아니라 금강과 그 지류인 봉황천과 신안천 등 아름다운 강과 계곡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산행지다.
산행을 떠나기 전 실제로 있었던 실화 한 토막. 일요일마다 등산을 떠나는 시아버지에게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며느리가 물었다.
"아버님, 내일은 어느 산에 가시는지요?" 평소 같으면 자상하게 대답하는 시아버지였지만 이번만큼은 산 이름이 요상해서인지 차마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산이 바로 금산의 자지산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