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설근로자 이근면(가명'55) 씨는 틈틈이 대리운전을 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당 10만원을 받는 목수지만 한 달에 일을 나가는 날이 채 열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건설밥을 먹고 있지만 요즘처럼 일이 없고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2.대구에서 종합건설사를 2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현철(가명'48) 씨. 그는 지난해 중순부터 적자 공사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건설 경기가 나아질 것을 대비해 적자 공사라도 수주를 하고 있다"면서 "업계 특성상 공사 경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서민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건설 보릿고개
작년 한 해 동안 건설사들은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건설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영업이익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그나마 대구혁신도시와 4대강 등 대형 발주 공사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건설 경기 불황을 해갈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에 따르면 2009년 1조3천758억원이던 것이 2010년에는 7천995억원으로 곤두박질했다. 2011년에는 혁신도시건설, 4대강 사업 공사가 있었지만 8천855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엔 8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마저도 대구의 경우 자체 발주보다는 조달청을 통한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마진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상장 건설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2%로 전년 동기(2.3%)보다 1.1%포인트(p) 하락했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은 -1.0%로 전년 동기(-0.8%) 대비 0.2%p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16개 시도 중 11개 교육청이 자체 발주 하고 있지만 대구는 10억원 이상 공사는 무조건 원가절감을 이유로 조달청에 맡기고 있다. 이럴 경우 업체들은 평균 4~7% 정도 수주가를 손해본다"고 밝혔다.
평균낙찰률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7년간 국내 공공건설공사 낙찰률(낙찰가격/예정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5년 82.9%에서 작년에는 80.2%로 2.7%p 하락했다.
◆서민 경제도 주름살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국 건설업 종사자 수는 96만9천여 명. 이중 상용근로자가 59만5천 명, 임시'일용직은 35만7천 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도 건설업 종사자 수도 10만 명에 이르고 임시 일용직도 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건설업과 연관된 전기, 통신, 소방, 설비, 자재, 장비, 골재 등 직접 관계된 업종 외에 인테리어를 포함한 건축보수업종, 부동산중개 등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까지 합하면 관련자는 급격히 늘어난다.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생산 유발 효과가 큰 이유다.
대구건설협회 구자윤 회장은 "건설업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국내에 남고 관련 산업에 파생 효과가 크기 때문에 건설업 불황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고 말했다.
밑바닥 경기를 지피는 건설 온도계가 한파에 시달리면서 소비도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구 연도별 가구당(2인 이상) 월 평균 소비지출은 물가상승분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08년 211만4천217원이던 것이 5년 동안 고작 30만원이 오른 247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10% 정도 물가가 오른다고 가정할 때 20만원 모자란다. 서민 주머니 사정이 해마다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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