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따라다닌 단어가 '깜깜이'다. 주위의 말을 듣지 않고 오직 나홀로 판단을 하고 이를 인사 등에 반영하는 것을 두고 비꼬는 투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불통' 이미지가 대선 때부터 박 당선인의 발목을 잡는 단골메뉴로 쓰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7일 발표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면면이 담긴 3차 인선에서도 다시 '깜깜이 인사'가 비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남은 장관 후보자 11명의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선 배경은 물론이고 후보자의 기본적 인적 사항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장관 후보자의 간단한 전'현 직책만 밝혔을 뿐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단상을 내려왔다. 이중국적 논란이 일고 있는 재미교포 출신의 벤처사업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적이 한국인지 미국인지조차 설명하지 않다가 뒤늦게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안다"는 애매한 답변만 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안팎에선 과거 역대 정부와 비교를 많이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때는 장관 후보자의 기본 인적 사항과 인선 배경 등을 발표와 동시에 공개했었다"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각 인사를 했을 때 직접 장관 후보자들을 소개하면서 인선 배경을 설명했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 대변인은 물론이고 인수위원장조차 장관 인선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다. 이는 인선이 상당히 폐쇄적이고 일방통행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정'관계에 생소한 인사가 많은데 어떤 사람인지, 왜 발탁했는지 기본 사실관계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관 후보자를 발탁하는 것은 박 당선인의 권한이지만 왜 발탁했는지 국민과 국회에 최소한의 설명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의 이 같은 '깜깜이 인사'가 자신이 직접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장관들을 직접 관할하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제왕적 대통령직에 근거한 강한 청와대, 실무형 위주의 약한 내각인 '강청약내'가 특징"이라고 이번 인선을 꼬집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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