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통령의 행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가 끝남에 따라 24일 사저로 돌아왔다. 이 전 대통령은 사저 귀환 성명을 통해 "위대한 국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행한 마지막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도 자신을 '행복한 일꾼'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지 몰라도 많은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를 전후해 '고소영 인사'로 논란을 낳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촛불 시위의 저항에 부딪히며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해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정부상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여파를 잘 넘겼으나 대기업 친화적 경제 정책으로 경제 양극화는 더 깊어졌다. 대통령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또 4대강 개발 사업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고 경직된 대북 정책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안보 상황도 불안해졌다. 민간인 불법 사찰, 정치 검찰 논란, 방송사 장악 논란과 파업 사태 등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70~8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퇴임 무렵에는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비민주적 사고로 국정을 운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행복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대선 당시 제기됐던 BBK 사건과 다스 실소유주 논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민간인 불법 사찰 책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행복은 국민이 행복해야 성립할 수 있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데 대통령이 행복하다고 말하면 제대로 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빈축을 살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은 그런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행복 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야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잘해 나가길 바라지만 취임 초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비슷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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