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여름 디스크 증세를 보이던 애완견을 데리고 대형 동물병원을 찾았다. 이미 다니던 병원에서 혈액검사, 전해질 검사 등을 한 뒤라 검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혈액이 하루 만에도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서 마취 전엔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며 기본 검사를 다시 받기를 권유했다.
A씨는 전문 지식도 없는데다가 월령이 10년이 더 돼 애완견의 상태를 안심할 수 없어 병원 측 권유에 따랐다. 검사를 마친 뒤 A씨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진료비였다. MRI 검사 비용으로 99만원(부가세 포함)을 더하니 160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나왔다. 과도한 진료비라는 생각에 평소 찾던 병원에 가 대형 동물병원에서 받은 진료비 영수증을 보여줬다. 돌아온 답은 A씨의 생각과 비슷했다. 평소 다니던 병원의 수의사는 "찍을 필요가 없는 MRI 등 불필요한 진료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막대한 비용을 청구하는 병원 측의 횡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가족처럼 여기는 강아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원비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동물병원이 대형화'전문화하면서 동물병원 진료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애완동물이 가족 같은 존재라 애완동물 주인들은 고액의 진료비가 부담스럽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문을 연 한 대형 동물병원의 경우 복부초음파 검사비가 5만원, 엑스레이 1회 촬영비가 2만원, MRI(머리'가슴'다리)가 각 부위별 60만원이었다. 여기에 MRI 촬영 전 기초 검사(혈압 측정, 혈액검사) 등을 더하면 15만원이 넘었다. 현금 결제 시 할인해주는 병원도 있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더하면 환견(患犬) 1마리당 100만원이 넘는 진료비가 드는 셈.
고액의 진료비 때문에 대형 병원을 찾았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5년간 개를 키웠다는 서정은(32'여'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전문 장비를 도입한 병원에 갔더니 진료비 및 검사비로 200만원을 요구했다. 비용이 부담돼 평소 다니던 병원에 가니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면 된다'고 해서 5만원을 지불했다"며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니 '눈 뜨고 코 베일 뻔'한 셈"이라고 말했다. 푸들을 키우고 있는 강상우(28'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도 "강아지의 수술비가 비싸서 두 달째 치료를 미루고 있다"며 "항암치료 1회에 20만원이 드는 암 발병 소견까지 있어 강아지를 돌보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우려 때문에 가격 기준을 정하지 못하게 하는데다 같은 증상이라도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검사항목이나 수술 필요성이 달라 진료비도 차이가 난다"며 "대형 병원의 경우 고가의 장비에 대한 비용 환수를 위해 진료비를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호기 한국애견협회 대구지회장은 "대구의 경우 상당수 동물병원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타지에 비해 과잉'과다진료 관행이 심한 편"이라며 "애견주 등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관 대한수의사회 대구지부 상무이사는 "애완동물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면서 애완동물 의료 비용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도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며 "애완동물 의료보험 등을 도입해 진료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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