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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휘의 교열 단상] 단단히 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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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에 첫발을 내딛은 결혼." "삼성은 지난해 27개에 머물었던 배영섭과 김상수(25개)·정형식(20개) 등이 올해는 30개 이상의 도루에 성공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택시 운행 전면 중단이 예고됐던 20일 서울 광화문역이 평소보다 출근길을 서두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라는데 서투른 목수 탓을 해야 한다."

예시문에 나오는 '내딛은' '머물었던' '서두른' '서투른'에 대해 살펴보자.

표준어 규정 16항에 보면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용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다 표준어로 삼는다. 다만 '내디디다/머무르다/서두르다/서투르다' 등에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내디디다/머무르다/서두르다/서투르다'의 준말은 '내딛다/머물다/서둘다/서툴다'이지만 이 준말의 활용형인 '내딛어/머물어/서둘어/서툴어'로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앞서의 예시문에 나오는 '내딛은' '머물었던' '서두른' '서투른'은 각각 '내디딘' '머물렀던' '서둔' '서툰'으로 해야 맞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녀(父女)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내각 구성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순조롭지 못하고,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야당이 인사 청문을 단단히 벼른 것도 영향을 끼쳤다.

'벼르다'는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는 것을 뜻하며 "혼내 주려고 벼르던 참에 너 잘 만났다." "그는 영감 대신에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며느리를 벌써부터 벼르고 있었다."로 쓰인다. '벼르다'는 '벼르고-벼르네-별러-벼르면-벼른-벼르니'로 활용하며 '벼루다' '별르다'로 표기하면 안 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 등에 대해 야당이 집중 검증하겠다고 벼르는 만큼 당사자들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에서 '벼르는'은 '벼른' '벼르고 있는'으로 바꿔 써야 한다.

"산이 가파라서 보통 사람은 오르기 어렵다." "기계로 옥돌을 갈은 구슬."

두 예시문에 나오는 '가파라서'와 '갈은' 또한 잘못된 표기이다.

'가파르다'는 '가파르고-가팔라-가파르면-가파른-가파르니'로, '갈다'는 '갈고-갈아-갈면-간-가니'로 각각 활용한다.

"지금 이 순간, 숨 가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자문해보라.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내가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안젤름 그륀의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중에서)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디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지' 고민하지 말고 '내디딜지'를 심사숙고해 보자.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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