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운 터진다더니 분통 터지는 '럭키백'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직장인 김모(27'여) 씨는 최근 액세서리 브랜드점에서 '럭키백'을 구입했다. 3만원짜리에 최소 9만원 이상의 제품이 들어 있다는 점원의 얘기를 듣고 럭키백을 산 김 씨는 포장을 뜯어보고선 크게 실망했다. 값싸고 조잡해 보이는 귀걸이 한 쌍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해당 제품을 검색해봤더니 3만원대에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김 씨는 매장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제품 포장을 뜯고 나서는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지인이 다른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5만원을 주고 구입한 럭키백에 30만원대의 시계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했다"며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럭키백 행사를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봉인된 박스나 주머니에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 이상의 제품을 넣어 판매하는 럭키백은 일본의 후쿠부쿠로(복주머니)에서 유래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다 적은 금액으로 비싼 제품을 얻을 기회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브랜드나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처리할 수 있는데다 럭키백 행사로 마케팅 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올 들어 유통업계에 럭키백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제품 포장이나 상자 봉인을 뜯은 후에는 교환과 환불을 해주지 않고, 사전에 알린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국내에서는 2007년 스타벅스가 럭키백 이벤트를 처음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스타벅스 럭키백 5천 세트가 3일 만에 모두 팔렸고, 올 초에는 행사 당일 오전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스타벅스의 럭키백이 좋은 반응을 얻자 액세서리 브랜드와 전자기기 유통업체 등도 럭키백 행사를 열고 있다. 올 1~2월에는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와 '스톤헨지', IT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스비',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 등이 줄지어 럭키백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사전 홍보처럼 럭키백에 고가의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스비의 경우 아이패드 미니와 맥북에어 등 고가의 IT기기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홍보하자 수많은 소비자가 밤새워 기다리다 럭키백을 구입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3만원짜리 럭키백에는 USB나 IT기기 케이스가 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는 애플 볼펜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럭키백 행사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통업계에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럭키백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14일까지 제이에스티나, 스타일러스, 스톤헨지, 리안 등 액세서리 브랜드 10여 개가 참여하는 '럭키박스'(Lucky BOX) 기획전을 진행한다.

슈즈 멀티숍 레스모아도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14일 애플 맥북에어와 아이패드를 비롯해 다양한 슈즈 브랜드의 제품 교환권이 담겨 있는 '럭키백' 이벤트를 펼친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럭키백의 경우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실망이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구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군 공항 이전과 취수원 이...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SK실트론은 구미에서 300㎜ ...
서울 광진경찰서가 유튜브 채널 '정배우'에 게시된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와 관련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사과하며 일부 내용을 반박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