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제3세계 음악 1위가 '베사메 무쵸'였다고 한다. 나도 이 곡을 좋아해서 가끔 음악회에서도 부르고 사석에서도 부르곤 한다. 그러나 이 곡의 배경이 원래는 클래식 음악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것도 오페라 음악이라는 것은 더구나 모를 것이다. 나도 물론 알지 못했고 그냥 막연하게 멕시코 민요이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곡을 불러야 할 상황이 되고 보니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살펴보게 됐다. 이 곡은 원래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1867~1916)의 곡으로 유명한 화가 고야(Goya)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쓴 피아노곡으로 1911년에 작곡됐다. 이후 1916년에 다시 오페라 고에스카스(Goyescas) 3막 1장에 편곡돼 사용됐다.
이 곡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41년 멕시코의 여류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콘수엘로 벨라스케스(Consuelo Velasquez1916~2005)였다. 라틴풍으로 다시 탄생시켜 전 세계적으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프랭크 시나트라, 플라시도 도밍고 등 많은 가수가 즐겨 부르는 곡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현인 선생님이 불러 널리 알려지게 됐다.
콘수엘로의 곡은 그라나도스의 원곡을 베꼈다고 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지만, 그라나도스 음악의 마니아였던 그녀 스스로가 "그라나도스의 작품을 연주하고 몰두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입력된 멜로디"라고 밝혔으니 이설의 여지는 없다고 하겠다.
콘수엘로의 기억에 입력된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라틴 음악으로 재탄생 됐다. 다시 창조된 것이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 알려져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라틴 음악의 대표적 명곡이 된 것이다.
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하여 대중음악으로 재창조하여 세상에 다시 내어놓는 시도가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그중에는 우리에게까지 알려져서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곡들이 있기도 하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을 배경으로 한 곡도 있으며,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는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를 다시 자기만의 곡으로 재창조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즘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대중의 요구가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연주가의 입장에서도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곡들이 많이 만들어져 연주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의 대중음악이 클래식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위대한 재창조의 역사를 이루어 지구촌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예술이 세계로 뻗어가는 또 다른 길이 아닐까.
김상충 성악가'이깐딴띠 음악감독 belcant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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