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릉도 배편을 놓고 선박 교체와 복수 노선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독점운항을 하고 있는 운항사가 경영논리만을 앞세워 불편을 가져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반면 운항사인 대아고속해운은 적자 운항을 감수하고 있음에도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있다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울릉도와 대아고속해운의 대표를 만나 각각의 이유와 항변을 들어 봤다.
◆최병호 울릉군의회 의장
-현재 울릉도에는 강릉과 묵호, 포항 등 3개 노선이 운항 중이다. 하지만, 유독 포항에 관련된 잡음이 많은 이유는 뭔가?
▶물론 포항~울릉 노선은 강릉과 묵호보다 멀다. 묵호~울릉이 161㎞로 가장 짧고, 강릉이 178㎞, 포항이 217㎞ 순이다. 울릉 주민은 물리적 거리보다 정신적 거리로 포항을 가장 가깝게 느낀다. 처음 뱃길이 열릴 때부터 포항을 계속 오고 간 까닭에 울릉 주민들의 기반이 포항에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포항~울릉 노선은 하루에 한 번밖에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육지에 나온 주민들은 무조건 하룻밤을 여관이나 친척집에서 묵어야 한다. 친척들도 포항에 다 살고 단골집도 포항에 많다. 비록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울릉의 이웃동네는 포항이다. 그러니 포항~울릉 노선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문제점도 많이 보이는 것이다.
-포항~울릉 노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아무리 배가 낡고 불편해도 타고 갈 수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늘 배표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다 보니 불신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겨울 울릉 도동항 매표소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40대가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사람은 몇 주일째 표가 없어 어머니 장례식에도 못 가고 전전긍긍하다 못해 술을 먹고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 비록 죄는 나쁘지만, 울릉 주민들 모두가 공감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울릉 여객선은 단순히 관광 인프라 등 돈벌이가 아니라 주민들의 유일한 발이 되는 공공재이다. 만약 육지 사람 1만 명이 사는 자기 마을에 하루에 한 번만 대중교통이 온다면 어떻겠는가. 항만청과 운항사 모두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해결을 위한 방안은.
▶지난해 말 대아고속해운이 현재의 썬플라워호보다 승객 정원이 많은 썬플라워2호로 교체를 검토하다 말이 많았다. 배표가 늘어난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1시간이나 시간이 더 걸리는 배로 바뀐다는 것은 울릉도의 경제'문화권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으로서는 복수노선이 유일한 답이다. 배편이 늘어나면 주민들로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운항사들도 현재 반강제로 부과되는 주민들의 의무 배표 배정을 줄여도 되니 서로 이득이 될 것이다. 빠르고 표 값이 비싼 배와 느리지만, 배값이 싼 배가 함께 있어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운항이 중단됐던 오리엔트호가 최근 다시 가동될 조짐을 보이는 등 복수노선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항만청에서 수송 수요치를 앞세워 포항~울릉 노선에 다른 운항사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울릉주민들의 불편을 헤아려야 한다. 또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그러하듯이 성수기나 주말 등 승객이 몰리는 시기에 예비선을 투입하는 방법 등 주민들을 위한 배려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박찬재 대아고속해운 부사장
-울릉 주민들로부터 독점 운항의 횡포 등 불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포항~울릉 노선은 독점 운항이 아니다. 우리 외에도 운항허가권을 갖고 있는 회사가 하나 더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운항 하루 만에 휴업했다. 우리로서는 서로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주민 및 관광객들의 수요를 분산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치 우리의 잘못으로 현재 모든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어 답답하다. 또 우리가 거액의 국'도비를 지원받고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회사 자체적으로 주민들에게 표 값을 할인해 주는 등 이익을 남기지 않고 혜택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울릉 주민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알아달라.
-주민들은 비싼 운항요금과 배표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는데.
▶알려진 바와 달리 우리는 전국 고속 카페리 항로 중에서 가장 싼 운임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백령도 등 7개 정도의 항로에서 쾌속선이 운항하고 있다. 이들의 1㎞당 운임 단가를 보면 가장 비싼 완도~제주(1천88원)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 더욱이 다른 노선에서는 올해 초 운임을 높였으나 우리는 2008년부터 동결 중이다. 전국 최저운임으로 울릉도에 여객을 매년 40만 명 수송하며 울릉도 관광 진흥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리고 흔히 생각하듯 울릉도의 높은 물가와 선박 운임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현재 여객선의 화물 운송은 승용차 16대 정도만 실을 수 있는 부가 서비스이며 울릉지역 식품류 가격에서 선박운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이며 상'하선 하역비를 다 합치더라도 2~3%에 불과하다. 만약 화물창을 여객실로 개조해 승객을 태운다면 1회 운항당 화물운송 수입 280만원보다 여객수입은 860만원으로 훨씬 더 이득이다. 울릉주민의 편의를 위해 승객 대신 화물을 운송하고 있는 셈이다.
-울릉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큰돈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쾌속선, 썬플라워호를 취항했는데 금세 IMF가 터져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워크아웃을 고려할 정도로 적자임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도록 사원 모두가 고생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기존 5~6시간 걸리던 포항~울릉 간을 썬플라워호를 이용해 3시간 만에 주파하는 등 울릉도의 일일생활권을 가져왔다고 자부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최고의 쾌속선을 투입해 울릉도의 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분명히 대아고속해운의 자랑이다. 주민들도 성수기와 주말 때 예약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배표를 구하려다가 여의치 않으면 횡포를 운운하는데 이제는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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