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하면 때려서라도 졸업은 꼭 시켜 주세요. 선생님!"
칠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늦깎이로 초등학교에 입학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천군 유천면 연천1리에 사는 김덕이(67) 할머니가 주인공. 출생 후 호적신고가 9년이나 늦어 김 할머니의 실제 나이는 76세다.
유천초등학교 측은 지난달 20일 김 할머니가 "어릴 적 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한 한을 풀겠다"며 찾아왔을 때 할머니의 건강과 나이를 고려해 매일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명예학생으로 수업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한글과 숫자를 몰라 예천군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에 다녀볼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평생 겪지 못한 초등학교 생활을 꼭 한 번 경험하고 싶었어요." 결국 학교 측은 10여 일 동안 할머니의 건강 상태와 학교 적응 능력 등을 점검한 끝에 최종입학을 승인했다.
김 할머니는 1일 오전 교사와 전교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입학식을 가졌다. 예천교육지원청과 유천면, 학교 측에서는 할머니에게 책가방, 학용품세트, 운동화, 체육복, 꽃다발 등 푸짐한 입학 선물을 전달했다. 손자'손녀뻘인 1학년 동급생들은 고사리 손으로 만든 환영 그림엽서를 김 할머니에게 선물하고, 축하 공연도 했다.
담임인 장영숙 교사는 "할머니 스스로 배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할머니가 손자'손녀뻘 학생들과 정감 어린 대화를 나누며 오히려 인성교육 선생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의식 유천초교 교장은 "방과 후 한글교육 및 맞춤형 교과 과정 등을 통해 할머니가 6학년 전 과정을 수월하게 이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6년 뒤 꿈을 이뤄낸 할머니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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