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경제 건설하려면 핵 포기 먼저

북한이 어제 과거 개혁을 추진하다 2007년 실각했던 박봉주를 다시 내각 총리에 임명했다. 박은 임금 및 물가 현실화, 기업소의 경영 자율권 확대 등 경제 개혁을 추구하며 2003년 내각 총리에 올랐지만 군부'보수파와 갈등을 겪다 곧 해임됐던 인물이다. 북한이 대표적 개혁파 경제통으로 불리는 박봉주를 재기용한 데서 김정은의 경제 건설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로써 북한은 핵 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을 병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병진 정책이 '핵 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 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 강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노선'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개혁적인 성향의 인물을 내각 총리에 재임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핵 무력을 강화하면서 경제도 거머쥐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의 GDP는 4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해 남한의 30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온 국력을 핵무기가 아닌 경제 건설에 쏟아부어도 턱없이 모자랄 판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3차 핵실험 후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이던 중국마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제 건설을 위한 기본적인 토양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 성향의 인물을 경제 수장으로 앉혔다고 해서 북한이 경제 발전을 이룰 수는 없다. 핵무기는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라고 버티고 있지만 틀린 말이다. 북한이 핵을 끌어안고 있는 한 불량 국가 낙인을 지우기 어렵다.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설 때 해외 자본의 도움도 얻을 수 있고 경제 발전의 물꼬도 틀 수 있다. 북한이 진정 경제 건설을 원한다면 핵을 과감히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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