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덕정 광장에 읍민이 운집한 가운데 전시된 그의 주검은 카키색 허름한 일군복 차림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중략) 그런데 집행인의 실수였는지 장난이었는지 그 시신이 예수 수난의 상징인 십자가에 높이 올려져 있었다. (중략) 그리고 집행인이 앞가슴 주머니에 일부러 꽂아놓은 숟가락 하나, 그 숟가락이 시신을 조롱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보고 웃는 사람은 없었다.'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1948년 오늘 벌어진 제주 4'3사건의 핵심인 이덕구의 마지막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덕구는 4'3 당시 초대 무장대 사령관이던 김달삼이 제주도를 떠나자 그의 후임자가 되어 활동하다 최후를 맞았다. 고향인 제주도 조천면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다 입산해 약 2년 동안 게릴라 활동을 했다. 1948년 10월 이후 전개된 초토화 작전으로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던 중 그는 1949년 6월 7일, 토벌대에 의해 포위된 후 사살되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폭력적인 억압에 맞서 싸운 그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만 달랑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2003년 55년 만에 정부차원의 첫 공식사과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폭도라고 불려야만 했다. 최근 개봉된 영화 '지슬'을 보며 당시 제주도민들의 애환을 엿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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