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부경찰서 외사계 이려 경사

이주여성 가정폭력 상담할 때, 함께 안타까워하며 해결 모색

"대한민국 경찰로서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합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여러분들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한국의 삶이 행복할 겁니다."

대구 북부경찰서 외사계에 근무하고 있는 중국 출신 이려(38'여) 경사.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인 이 씨는 중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만난 남편을 따라 1995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에서 건너올 때 한국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고, 한국어도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였다. 이 씨는 "다문화가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전혀 없던 시절이어서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편의 도움으로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며 한글과 한국어를 배웠고, 초'중'고교 검정고시도 통과해 영진전문대 국제관광계열에 입학했고, 이후 계명대 중국학과로 편입했다.

계명대 졸업 후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이 씨의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남편은 "경찰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외사 업무 담당 경찰을 뽑는다는데 도전해 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 씨는 "경찰이면 한국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여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경찰직에 쉽게 합격한 이 씨는 2006년 충북경찰청에 처음 발령을 받았고, 대구 북부경찰서에는 2008년 부임했다.

이 씨는 외사계에서 북부경찰서 관할지역 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생활법률 교육과 범죄 예방 교육을 한다. 또 형사 사건에 연루돼 찾아온 외국인들의 수사를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씨는 "생활법률이나 범죄 예방 교육 때 만났던 외국인들이 전화로 사건에 휘말려 어려움을 호소할 때 나서서 해결에 도움을 주면 경찰로서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이 씨는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남편들로부터 폭력을 당하거나 가족문제로 경찰서를 찾아오면 최대한 나서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 이 씨가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초임 시절 많은 선배 경찰들이 기안 작성부터 수사 업무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가르쳐주고 도와준 덕분에 경찰 조직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위치에 있어도 자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이라면 한 번 도전해 봐도 좋은 직업이 외사 업무 담당 경찰관입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이 되겠습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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