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의 카페, 자판기] 첨단시대 '똑똑한 구멍가게'

음료수 뽑기는 기본, 인터넷 검색에 게임까지

자동판매기.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상품을 자동적으로 파는 기계로,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원하는 물품을 선택하면 물품이 나오는 일종의 '무인 점포'다.

자판기 시장은 커피와 음료 자판기가 여전해 강세를 보이지만 요즘은 상품권 교환 자판기, 조명 자판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음료나 커피와 함께 즉석 복권 혹은 죽을 살 수 있는 멀티 자판기가 대세처럼 굳어지고 있다. 멀티 자판기는 내용물 크기에 상관없이 수십 가지의 잡화나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자판기다.

호텔 인터불고 엑스코 객실층에 설치돼 있는 멀티자판기는 기존 자판기보다 용량이 2, 3배나 클 뿐 아니라 겉면이 투명유리로 돼 있어 한눈에 제품의 상태를 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이 자판기에는 음료를 비롯해 칫솔, 과자뿐만 아니라 스타킹과 생리대까지 들어 있다.

자판기는 이제 상품 판매에서 서비스 판매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티켓 자동발매기로 고속버스, 철도, 지하철, 공공시설 입장권 등의 무인 판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항공권 자동발매기도 등장했다. 공중전화카드 자판기, 주차요금 자동지불기, 민원서류와 증명서 자동발급기 등이 서비스 성격이 강한 자판기들이다.

또 하나의 변신은 IT기술의 접목이다.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할인쿠폰, 게임, 인터넷 검색, 뉴스 제공 등 새로운 아이템을 곁들이고 있다. 고객은 커피를 뽑으면서 부착된 컴퓨터 모니터의 인터넷 검색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으며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다. .

삼원자판기 박철현 대표는 "앞으로 자판기 시장의 아이템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며 기능면에서도 보다 편리한 구조로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커피전문점 확산으로 고급 커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음식점이나 사무실 등에 미니자판기 보급으로 무료 커피가 보편화되고 있다"며 "접근성 등 여러 모로 설 자리가 애매해져 자판기 커피 사업은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길거리 자판기, 어디로 갔나

길거리 자판기(일명 '길다방')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단돈 300, 400원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커피 자판기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영진전문대 내 커피 자판기 바로 옆 쓰레기통에는 일회용 종이컵보다 테이크아웃 커피컵과 커피음료 빈병이 가득했다. 대학 내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에서 판매된 상품들이다. 대학 2학년 김미영(22) 씨는 "요즘은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다"고 했다.

회사 사무실에서도 커피 자판기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주변에 여성과 젊은층을 겨냥한 저렴한 가격의 커피 전문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영업 부진을 견대지 못한 자판기 업주들이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50여 대의 자판기를 운영하는 이모(49) 씨는 "10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판기 대당 하루 100잔씩 팔았지만 요즘은 하루 10잔 팔기도 힘들다"며 "주변에 자판기 운영을 포기하고 업종을 바꾸거나 물수건 세탁 등 부업을 겸하는 영세 업주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대기업들의 무차별 자판기 운영업 진출도 거리 자판기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업역인 생계형 자판기 운영업까지 점차 잠식해 나가면서 영세 관련 사업자들이 고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들 대기업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판기 운영을 기존 입찰가격의 배 이상을 제시하면 영세 업체들의 사업권을 빼앗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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