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갈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친구 말에 쪼르륵 달려가 우리는 엄지손가락 위로 탑을 쌓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장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학교 뒷산 너럭바위.
산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진달래꽃 따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이 아버지를 위한 담금주를 만들기 위해 진달래꽃을 따 모으기 시작하자 우리도 친구를 위해 진달래꽃을 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한 친구가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뱀! 뱀! 뱀!"
우리도 친구의 뒤를 따라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고, 얼마나 뛰었는지 금세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고민은 그때부터 또 시작됐다. 너럭바위에 두고 온 도시락 때문이었다. 우리는 가위바위보로 두고 온 도시락을 가져올 사람을 정했는데 하필 나와 다른 친구가 당첨됐다. 그 친구와 나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를 외치면서 산을 오르는데 땅에 떨어져 있는 삭정이마저 뱀으로 보여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뱀이 도시락을 훔쳐 먹고 도시락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린 마음에 겁이 났다. 나뭇가지로 도시락 뚜껑을 살금살금 열어 확인한 뒤 도시락들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자랑스레 도시락을 친구들 앞에 내놓았지만 친구들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도시락에서는 아무것도 건질 게 없었고, 우리는 결국 찔레나무에 올라오는 새순을 꺾어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뱀 때문에 망쳐버렸던 봄 소풍이었지만 지금은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되어 그때 친구 중 누구 하나라도 만나면 우리는 추억을 되새기며 박장대소한다. 흰머리가 늘어가는 요즘, 철없던 유년시절이 그립고 친구가 보고 싶어진다.
이유진(대구 복구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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