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야기 속으로] 봄나들이-삶에 활력주는 꽃들이 만발 '고마운 계절'

아직 아침 바람은 옷깃을 곧추세우게 하는 매서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집 주변 공원의 나무들은 봄을 시샘하는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순을 내보이고, 성질 급한 나무들은 벌써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트렸다. 언제나 그래왔듯, 봄은 그대로 우리를 찾아오는데 내가 느끼는 봄이 한결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제 나도 내 삶을 돌아볼 시기에 다다랐기 때문이리라.

내 어린 시절의 봄은 우리네 삶이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겨우내 시달린 추위를 잊게 해주고 추운 바람을 맞으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는 그저 괜찮은 계절이었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내 지금의 봄은 따사로운 햇살과 돋아나는 새순,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로 새로운 활력을 주는 참 소중하고 고마운 계절이다.

지난 주말, 주위를 둘러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아쉬움에 우리 아이들만큼은 이 아름다운 계절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산을 찾았다. 산을 오르며 아름답게 핀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새싹이 올라오는 나무를 보여주면서 혼자 열띤 설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집에 두고 온 '절친' 컴퓨터와의 짧은 이별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들이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 게임할 생각만 하는지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내가 어릴적 그랬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역시 봄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중의 하나일 뿐인가?

그래도 아궁이에 넣을 나무를 찾으러 동산을 누비던 나보다는 더 빨리 우리 아이들이 봄의 소중함을 아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방송 시간이 다됐다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하는 아이들에게도 먼 훗날 오늘의 나들이는 추억이 되어있지 않을까. 권광희(대구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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