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TX요금 할인제도 변경 '불만'] <하> 영업이익 느는데 할인 왜 줄일까

지난해 4천억 넘는 흑자,일반철도 1조원대 적자 땜질 급급

21일 오후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승객들이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구역 KTX 이용객은 5만1천200명으로 9만4천300명을 기록한 서울역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21일 오후 동대구역 플랫폼에서 승객들이 KTX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구역 KTX 이용객은 5만1천200명으로 9만4천300명을 기록한 서울역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분석한 2011년 코레일 영업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KTX는 4천억원이 넘는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반 철도 적자폭은 매년 늘고 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적자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새 KTX 노선은 민간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코레일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철도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논란이 예상된다.

◆KTX 영업이익, 해마다 증가

"몇만원 아끼자고 KTX 대신 버스를 탈 수도 없고, 비행기 타기도 번거로워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A(53) 씨는 직장 일 때문에 한 달에 3, 4차례 정도 대구를 찾는다. A씨는 "앞으로 요금이 더 오른다고 해도 KTX를 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KTX로 걸리는 시간은 1시간 50분. 또 동대구역은 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철도와 버스 등 교통이 편리해 시간을 아끼려면 KTX가 답이라는 것.

비행기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는 "요즘 저가항공 가격이 KTX와 비슷하다고 해도 비행기를 타려면 서울에서 김포공항까지 가야 한다. 또 저가항공 노선이 많고 이동 거리가 먼 부산이라면 KTX 대신 비행기를 택할 수 있겠지만 대구는 저가항공이 취항하지도 않고 시간 단축 효과도 없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동대구역은 부산역보다 KTX 이용객 수가 더 많다. 'KTX 주요 역별 하루 평균 이용객 현황'을 보면 2011년 서울역이 9만2천 명, 동대구역이 5만 명으로 부산역(4만8천200명)을 앞질렀다. 지난해 동대구역 이용객 또한 부산역(4만8천900명)보다 많은 5만1천200명으로 서울역(9만4천300명)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KTX 이용객이 늘면서 KTX 영업 흑자도 함께 늘었다. 국토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11년 코레일 영업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KTX 영업 흑자는 4천686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3천202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46% 정도 증가한 수치다. 2009년에는 2천495억원으로 2010년 증가율이 12%를 나타냈다가 1년 만에 큰 폭으로 영업 수지가 개선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10년 11월 경부선 KTX 2단계(대구~부산)가 개통했는데 이에 따른 효과"라고 설명했다.

◆일반 철도 적자, 매년 1조원

그렇다면 KTX 영업 흑자가 나는 상황에서 할인제도가 후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KTX가 유일하게 흑자가 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속철시민모임 배준호 대표(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는 "코레일이 흑자를 내는 노선은 KTX 경부선 구간이다. 그래서 흑자를 내는 구간에서 좀 더 흑자를 내야 정부가 요구하는 적자 감축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며 "2009년 하반기부터 정부는 '적자 폭을 줄이지 않으면 코레일을 개혁하겠다'며 압력을 넣고 있으니 코레일은 KTX 흑자폭이 늘어도 요금 할인 등 고객 서비스 증진보다 영업 수익 개선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KTX 영업 흑자가 해마다 늘어도 전체 철도로 보면 여전히 적자다. 그 이유는 KTX를 제외한 일반철도 적자폭 때문. 2011년 '일반철도 운송 영업 실적'은 1조2천990억원 적자이다.(그래프 3) 2005년 코레일 출범 이후 매년 1조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X와 일반철도를 합친 '합계 운송영업 실적'은 2011년 8천303억원 적자가 났다.

이 같은 일반철도 적자는 '적극적 적자'다. 철도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운영하는 노선이기 때문. 산간벽지를 잇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화물열차 등에 KTX 같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일반철도 운영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도 명시돼 있다. 관련 법에 따라 국토부는 경북과 영동, 태백 등 8개 노선 운영을 위해 매년 3천억원이 넘는 'PSO'(공익서비스보상금)를 지급하고 있으며 올해도 예산 3천435억원이 편성됐다.

박흥수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장은 "화물열차는 영업계수가 210%로 1천원을 벌기 위해 2천100원을 투입해야 하는 '돈 안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화물열차 수송분담률이 7~8%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비용적 측면만 보고 화물열차 수송을 멈추고 모든 물류 운송을 고속도로로 한다면 경부고속도로가 막혀 교통혼잡 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일반 철도의 적자는 철도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적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문제의 답을 열차 이용률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 팀장은 "한국 철도가 발전하고 적자폭을 줄이려면 열차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저렴한 열차 요금과 다양한 할인제도다. 유럽은 기본 열차 요금이 비싸지만 할인제도가 많아 저렴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열차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거나 민간 사업자에게 열차 운영권을 줘 수익을 내는 방식보다 KTX와 일반 열차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할인제도를 확대하는 데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 PSO(Public Service Obligation):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 제33조에 근거해 철도 운영자가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의 서비스에 대한 국가 보상이다. 보조금 지급노선은 경북과 영동, 정선, 태백, 동해남부, 진해, 대구, 경전선 등 총 8개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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