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 2011년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이 목숨을 끊은 이후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몸을 던진 포항 고교생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 학교폭력이나 성적 스트레스, 가정문제 등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청소년의 숫자이다.
그간 한국사회에서는 청소년의 자살예방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벌 중심의 사회구조를 고치지 않는 한 지금의 입시위주 교육방식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교육방식에 있어서는 청소년의 자살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불교에서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불경(佛經)에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람으로 태어나기가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부처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유하면, 이 큰 대지가 모두 큰 바다로 변할 때, 한량없는 겁을 살아온 어떤 눈먼 거북이가 있는데, 그 거북이는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바닷물 밖으로 내민다. 그런데 바다 가운데에 구멍이 하나뿐인 나무가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파도에 밀려 표류하고 바람을 따라 동서로 오간다고 할 때, 저 눈먼 거북이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밀면 그 구멍을 만날 수 있겠느냐?"
곁에 있던 제자 아난이 부처님께 그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자 부처님은 다시 말한다. "눈먼 거북과 뜬 나무는 어긋나다가 서로 만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미련한 범부가 육도를 윤회하다가 잠깐이나마 사람의 몸을 받는 것은 그것보다 더 어렵다."
이 이야기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유명한 설화이다. 당시 수행자들에게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려우니, 열심히 수행하라고 격려한 부처님의 이야기이다. 과연 눈먼 거북의 머리가 나무에 뚫린 그 구멍에 들어갈 수 있을까?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확률로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게, 얼마만큼 확률이 낮은지는 굳이 남성 몸에서 만들어지는 정자의 숫자를 언급할 것 없이 주변을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는데, 그 전체의 생명체 가운데 사람은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 법정 스님은 '산방한담'에서 "모기나 파리, 개미나 벌레, 새나 짐승으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의 몸을 받았으니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귓등으로 흘려버릴 얘기가 아니다.
인과법칙(因果法則)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그 이전에 사람으로 태어날 인연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죄악을 짓는 것이므로, 거기에 상응하는 과보를 반드시 받게 된다.
세상을 등지려고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이들은 법정 스님의 충고를 명심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 혼자서만 죽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가족이며, 친척과 친구, 그와 관계된 모든 세계까지도 함께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더 큰 고통 속에서 윤회는 계속된다. 그러니 어떤 문제든 어렵고 힘들더라도 부디 살아서 해결할 일이다.
앞산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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