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존슨 병원 한국인 조수, 서자명…간단 치료까지 한 최초 지역민

예수 믿다 문중서 쫓겨나기도… 제중원 뒷이야기

의사 존슨(맨 뒷줄 가운데)에게 최초의 서양의학을 배운 의학도 7명의 모습. 왼쪽 끝에 있는 인물이 서자명이다.
의사 존슨(맨 뒷줄 가운데)에게 최초의 서양의학을 배운 의학도 7명의 모습. 왼쪽 끝에 있는 인물이 서자명이다.

의사 존슨은 대구에 선교사로 부임한 지 2년 만인 1899년 12월 '제중원'을 열었다. 의사는 한 명뿐이었고, 간호사도 없던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 때 의료 조수로 활동한 인물이 바로 서자명(일명 서면욱)이었다. 서자명은 아담스 선교사(대구선교지부에 부임한 첫 선교사)가 대구에서 전도 활동을 펼치며 얻은 최초의 세례 교인이었다. 그는 제중원을 열기 6개월쯤 전인 1899년 6월 16일 세례를 받았다. 상투를 자르고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달성 서씨 문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서자명은 의료 조수이자 병원 전도사였다. 박창식 목사가 쓴 '동산선교이야기'에는 '제중원에는 매일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기다리기 일쑤였다. 이에 서자명은 기지를 내어 환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주고 질서를 잡고, 대기해 있는 환자들에게 알아듣기 쉬운 유머로 기다리는 환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 복음도 전했다. (중략) 심지어 존슨이 장티푸스로 몇 주간 진료를 할 수 없을 때에도 자신이 간단한 치료를 대신하며 병원 문을 열어두었다'고 나와 있다.

서자명은 의사 존슨이 대구에 와서 가르친 '최초의 의학생'으로 추측된다. 존슨이 의학용어 사전을 한글과 일본어 등으로 펴내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도 도왔다고 한다. 비록 초보적이지만 근대 의학교육을 받은 최초의 지역인이었다.

한편 존슨은 1908~1909년 2년간 의학도 7명을 뽑아 처음으로 본격적인 서양의학 교육을 했다. 가르친 과목은 해부학, 생리학, 약품학, 치료학, 내과학, 산과학, 외과학, 영어 등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매년 의학도를 뽑아 정규 교육을 시키는 학교 형태는 아니었다. 이들 중에 능력이 있는 학생은 왕진을 나가서 분만을 돕거나 가벼운 치료를 대신하기도 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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