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 동촌유원지. 지난 주말 내린 봄비에 만개했던 벚꽃은 자취를 감춰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에 봄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옷깃을 단단히 여미곤 했다. 봄이 되면 금호강을 가득 메웠던 수십여 대의 오리배들은 모두 오리배 선착장에 발이 묶여 있었다. 오리배 대여점은 5곳 중 한 곳만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문을 연 오리배 대여점 주인 김홍분(57'여) 씨는 "봄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번 주는 마수걸이도 못 했다"며 "보통 4월부터 봄 손님이 몰리기 시작하는데 이번 달은 3월보다도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없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춥고 변덕스런 봄 날씨 때문에 '봄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이달 12일 현재 평균기온은 10.8℃.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기온인 12.7도보다 2도 정도 낮다. 11일 때늦은 눈이 내리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동촌유원지에 줄지어 선 식당들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옥이(57'여) 씨는 "지난달 벚꽃이 피었을 때 잠시 북적거리더니 다시 추워진 날씨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날씨가 완연히 따뜻해지는 5월까지 손님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했다.
추운 날씨 때문에 겨울옷 정리가 늦춰지면서 겨울 점퍼'코트 등 겨울옷 세탁으로 호황을 누려야 할 세탁업계는 때아닌 불황을 겪고 있다. 대구 동구 효목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56'여) 씨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매출이 줄었다"며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서 겨울철 옷들을 세탁소에 맡기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잦은 비와 매서운 봄바람에 거리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도 곤혹스럽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원 내 잔디를 관리한다는 하모(64'여) 씨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가 얄궂기만 하다.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바람이 불어도 잠시 피할 공간이 없다. 비라도 내리면 일거리가 뚝 끊긴다"고 말했다.
4월로 접어들면서 각 가정에 들어가는 중앙공급난방을 끊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난방을 끊었는데 생각보다 꽃샘추위가 심해지자 난방을 끊은 것에 대해 항의를 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날씨가 다시 따뜻해진다고 해 난방을 다시 가동할 수도 없어 고민이다"고 했다.
14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대구시도 주말에 내릴 비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우의를 준비하고 저체온증 환자 발생이 우려돼 구급차를 항시 대기하는 등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하지만 갑자기 들린 비 소식에 흥겨워야 할 마라톤대회 분위기가 자칫 깨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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