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주보따리' 별명 한글학자 주시경

"자기 나라를 보존하며 자기 나라를 일으키는 길은 나라의 바탕을 굳세게 하는 데 있고, 나라의 바탕을 굳세게 하는 길은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존중하여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문을 공부했으나 호(號)조차 한힌샘('하얀샘'을 의미) 한흰메('태백산'을 뜻함)로 할 만큼 한글 사랑으로 한글 중흥에 평생을 바친 개화기 국어학자인 주시경(周時經·1876~1914)은 우리 말 문법을 처음 정립했다. 우리 말과 한글을 이론적,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한글 중흥의 선구자였고 새로운 국어운동을 펼친 국어학의 선봉자였고 어문민족주의자였다.

1910년 오늘 펴낸 '국어문법'을 비롯, '국문문법' '대한국어문법' 등 저작물은 38년 삶 동안 쏟은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사랑이었다. 한글 관심은 한학을 배우면서 시작됐고 1896년 서재필이 창간한 국문전용인 '독립신문' 교보원(校補員·교정보는 사람) 근무 때 더욱 그랬다. 또 학업의 계속과 함께 후진 양성, 국어운동에 정열을 쏟았다. 강의 때 큰 보따리에 책을 싸다닌 탓에 '주보따리'란 별명을 얻었다.

최현배, 이병기 등 많은 제자를 길렀고 이들이 중심이 돼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1921년 탄생했다. 1933년 마침내 '한글맞춤법통일안'도 제정됐다. 암울했던 때 한글을 살아남게 한 그의 공적을 기려 정부는 1980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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