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볕을 함께 쬐며 서로를 벗 삼아 같이 장난도 치고 그루밍도 해주다가 기대어 잠을 청하는 한 쌍의 고양이.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운다면 이렇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3일간 맡아 기른 나는 그 생각이 오산임을 깨달았다.
마주치기만 하면 하악질을 하며 싫어했고 경계하느라 밥도 제대로 먹질 않았다. 세 마리 고양이를 지켜보며 언제 서로 싸울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3일을 보내고 나서야 혼자 오래 키운 반려동물일수록 다른 동물에 대한 거부감과 경계가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앨리샤를 처음 데려왔을 무렵, 체셔는 부모님과 함께 지냈고 앨리샤는 나와 오빠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체셔와 앨리샤를 함께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앨리샤는 체셔에 비해 외로움을 많이 탔다. 앨리샤는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다른 고양이,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기에 혼자 사람과 사는데 익숙한 체셔와 달리 집에 아무도 없다는데서 외로움을 느끼는 듯했다.
우리가 출근할 때,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쳐다보는 앨리샤의 눈빛은 매번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결국 고민 끝에 앨리샤와 체셔가 함께 지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체셔와 앨리샤의 첫 만남. 아니나 다를까 두 고양이의 첫 대면의 반응은 상반되었다.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앨리샤와 달리 체셔는 질겁하며 싫어했다. 영문을 모르는 앨리샤는 계속 체셔에게 다가갔고 체셔는 앨리샤의 반응에 고양이식 으르렁 소리를 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2, 3일 지난 후부터는 하악질 한 번 한 적 없던 앨리샤가 체셔에게 하악질을 배웠고 같이 서로에게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가 서로 경계하는 통에 집안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하지만 여러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의 말에 따르면 서로가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2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억지로 서로 붙여주거나 하면 오히려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했기에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처음엔 체셔가 머무는 방 앞에 앨리샤가 나타나기만 해도 으르렁거렸던 둘이었다. 그러나 조금씩 그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하더니 정말 2주쯤 지난 어느 날 체셔는 하악질을 멈췄다. 체셔가 경계를 하지 않자 앨리샤도 따라서 하악거리던 것을 멈췄고 그렇게 둘은 서로 간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갔다.
늦은 밤 각각 내 오른편 팔과 왼편 다리 언저리에서 잠든 고양이들의 기척을 느낄 때면 행복이 두 배가 된 기분이다. 물론 내 옆에 있어도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는 것을 좋아하는 체셔이기에 내 생각 속 고양이들처럼 두 마리의 고양이가 딱 붙어있거나 서로 그루밍 해주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함께 생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둘은 서로 장난도 걸고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한다. 아직은 앨리샤가 와서 먼저 기대거나 몸을 비비면 자리를 피해버리는 체셔이기는 하지만 앨리샤의 과격한 장난도 받아주고 체셔의 간식까지 탐내는 식탐에도 화내지 않고 양보해주는 모습을 볼 때면 이제 앨리샤를 자신의 가족으로 인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장혜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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