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불행한 결혼관…남자 만나기가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교수님의 부부 및 가족상담 글을 즐겨읽는 독자입니다. 혼기를 훌쩍 넘긴 제가 남성 혐오와 두려움에 대한 굴레로 결혼선택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력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기분이 상하면 어린 저에게도 물건을 집어던지고 무섭게 화를 냈으며 늘 어머니를 불행하게 했습니다. 이젠 연로해진 아버지지만 여전히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면 '이제 그만 죽어버렸으면' 하는 못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선을 보는 남성마다 좋은 인상을 받아도 곧 '결혼 후엔 힘들고 불행한 구렁텅이로 들어가겠구나….'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지'란 생각으로 포기를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들이 스스로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결혼을 위해 막상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나더라도 그 남성도 아버지처럼 될 것 같아 갈등하는 귀하의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사람은 자기 마음의 내부가 경험한 내용으로 세상을 보는 법입니다. 귀하는 이 세상의 대부분의 남성들을 대할 때 어머니를 불행하게 했던 아버지 모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그 결과 맞선을 보고 좋은 느낌으로 결혼에 대한 이상을 키우다가도 이내 마음 속에서는 상대의 흠을 찾아내고, 곧 그 점을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만들 원인으로 자각하며 급기야는 그 상대와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켜보며 자라난 귀하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결혼의 모델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는 유아기 때 최초의 이성인 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갖고 그 아버지의 사랑과 보살핌에 의존하며 미래 결혼관은 물론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완성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버지라는 존재가 여성인 어머니에게 따뜻한 사랑과 존중하는 자세로 훌륭한 부부애를 보여준다면 어린 아이는 그 모습을 통해 '여성'또는 '남성'으로서 결혼관과 성역할에 대한 모델을 완성해 갑니다. 즉, 아이는 부모의 편안한 결혼생활을 보면서 '자기와 부모의 운명은 같다'라는 '동일시'(idenfic ation) 기제를 갖게 되고 그를 통해 자기의 '성적 정체감'을 만들어 갑니다. 이는 후에, '남성과 여성은 서로에게 이런 모습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그에 따른 성역할 모델로 삼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귀하는 아버지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결혼생활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그 결과,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아버지와 동일시하여 그 남성들을 '나쁜 존재'로 인식하고 회피하게 되는 '인지적 오류'의 굴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불행했던 일은 '그때, 거기서'(there and the n) 일어난 일일뿐입니다. 필자는 '지금 여기서'(here and now)를 권합니다. 모든 상황과 여건이 새롭게 달라진 당신의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보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결혼은 어머니의 결혼생활과 동일시될 수 없으며, 당신이 선택할 남자 또한 당신의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그때 거기서' 일어난 일을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과 '분리' 하기를 바랍니다. 부모님의 존재와 자신의 존재가 명백히 다르다는 존재에 대한 '경계선'을 가질 때 귀하의 결혼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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