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

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주량즈 지음/신원봉 옮김/알마 펴냄

서양화에 길든 우리에게 동양화는 재미없고 심심하고 괴팍하게까지 느껴진다. 화폭에는 부정확한 선이 몇 개 그어져 있고, 빈 공간은 너무도 많다. 동양예술은 그 사상적 배경이 서양예술과는 다르며 동양사상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음미할 수 있다.

이 책은 동양사상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도교와 선종, 역학, 기화 철학, 유교, 명가 등 동양을 풍미했던 여러 철학자의 논의를 섬세하고 풍부하게 다룬다.

철학자 박홍규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근세에 이르기까지 서양사상은 '측정'이라는 관념을 전형적으로 간직해왔다. 즉 시각적 감각을 중시하는 전통과 수학적인 합리성이 사상의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동양 미학의 핵심은 '생명초월'의 정신으로 대표된다. 동양의 예술작품들은 '경험적 세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초 경험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양예술과 관심의 초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동양 예술가들은 보이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폭에서 현실을 초월해 자유자재로 표현하고자 했다. 주체와 대상의 경계 자체가 사라진 물화(物化)의 경지라는 것.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 시간적 질서를 어기고 화폭 위에 계절이 뒤섞인 물상을 배치하는가 하면, 인간의 '말'을 초월한 하늘의 '말 없음'을 아름다움의 본체로 여겨, 여백을 중시하기도 했다. 정교함이 아닌 서투름이야말로 자연스럽고 큰 생명의 표현이라 생각해 갈필을 사용해 메마르고 거칠게 물상들을 그려냈다. 시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생명초월 정신을 중심에 두고 동양미학의 근원론과 형태론, 그리고 범주론을 15장에 걸쳐 순차적으로 펼쳐보인다. 648쪽, 3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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