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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 책 속에서 찾습니다" 목요윤독회

목요윤독회 회원들이 이달 경북대 대학원동 한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목요윤독회 회원들이 이달 경북대 대학원동 한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공부에 왕도가 있다면 '느리지만 꾸준히'(Slow and steady)가 아닐까. 지난 30년간 매주 목요일 밤마다 모여 책을 돌려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학자들의 모임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영남지역의 역사학자, 고고학자들로 이뤄진 '목요 윤독회(輪讀會)'다.

이달 4일 오후 7시쯤 경북대 대학원동 5층의 한 강의실. 중년의 또는 지긋한 나이의 교수들이 오늘 배울 책을 펴놓고 사색에 잠겨 있다. 간간이 출석부에 체크를 하는 손길이 있을 뿐 눈은 책에 멈춘 채 조용하다.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교수(역사교육)가 광개토대왕릉비문을 펼치면서 이날 공부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목요윤독회는 1984년 한국고대사를 전공하던 계명대 노중국, 영남대 이종욱, 대구대 이명식, 경북대 주보돈, 대구가톨릭대 최광식 교수 등 5명이 원년 멤버로 조직한 공부 모임이다.

첫 책은 '일본서기' 였다. 임나일본부 등 한일 고대사를 왜곡한 기록이 많아 국내 역사학계에서는 사료로 쓰기를 꺼리던 책이었다. 노 교수는 "하지만 8세기 일본 사람들의 시각으로 본 한국 관련 기록이 많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당시 좌장은 일본에서 일본사를 연구한 홍순창 영남대 교수가 맡아 큰 도움을 줬다.

한문으로 쓰이고 일본어로 번역된 일본서기 2권을 읽고 토론하고, 주석을 달고, 완독하는 데 꼬박 7년여가 걸렸다. 그다음에는 삼국유사에 도전했다. 주 교수는 "한문으로 된 원전을 공부해야 문제의식도 생기고, 창의성도 생긴다"며 "한글 번역본을 봐서는 자기 생각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목요윤독회는 1987년 한국고대사학회 출범의 주축 역할을 했다. 역사학을 대중화시키고 지방 학문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결성된 학회였다. 영남권 고대사 학자 10여 명이 참가, 특정 주제에 대해 3, 4시간씩 토론하고 공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서울 상고사학회, 중세사학회 등 국내 역사 연구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현재 목요윤독회에는 약 20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초기 때와는 달리 역사학 전공과 고고학 전공 학자들이 절반가량씩 활동 중이다. 요즘은 광개토대왕릉비문을 공부 중이다. 목요일 공부를 위해 멀리 창원에서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회원 모두 이 모임에 애정을 갖고 있다. 경북대 이희준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문헌을 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들과의 토론이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며 "회원 모두 목요일 저녁은 비워놓을 정도로 목요윤독회에 열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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