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과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제시한 후 "창조경제"가 온통 화두다.
본래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는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지식기반경제를 잇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1990년대 후반 영국 및 UN을 중심으로 문화산업, 도시 및 지역정책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다. 선진 각국들은 창조성 기반의 새로운 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비록 창조경제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패러다임도 아니지만 이를 국정목표로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의미를 놓고 '의미가 모호하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등 사회적 논란이 계속됐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성장동력,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의를 하였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부가가치 창출로 보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하느냐이다. 즉 창조경제라는 철학과 방향은 있는데 실천을 위한 각론이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구체적인 방법론이 쉽게 제시되지 못하는 것은 은연중에 "상상력을 통해 기존에 없었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창조(creation)의 사전적 의미에 집착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사전적 창조의 정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로 인정받는 에디슨조차도 "나는 나 이전의 마지막 사람이 멈추고 남겨놓은 것에서 출발한다"라고 할 정도로 획기적이고 전례 없는 창조는 현실세계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류에게 빛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백열전구의 경우도 에디슨이 처음부터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발명가들이 발명한 것을 기초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첨가하여 개선, 보완한 후 실용적이고 상업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에디슨과 다른 발명가와의 차이점은 상업화에 있었다. "나는 팔리지 않는 것이라면 발명하지 않는다. 팔린다는 것은 유용하다는 것이고 유용하다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라고 할 정도로 에디슨은 단순히 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발명품을 상업화하여 산업을 창출하였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역시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최선의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조합하여 상업화하는 데 뛰어났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으로 창조를 정의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최적의 필요 요소들을 찾고, 이들을 조합 또는 융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상업화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정의에 따르면 창조의 키워드는 3C, 즉 베끼고(Copy), 융합하고(Converge), 상업화(Commercialize)하는 것이다.
수도권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지방에서 창조경제시대의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은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 창조경제의 정의에 기반한 지역발전전략으로의 전환이다. 즉 이상적인, 그러나 실현불가능하여 지역과는 무관한 "하고 싶은 분야"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우선 지역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유망한 연관분야인 "할 수 있는 분야"와 "해야 할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 모방하지 않고 순수하게 창조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순진한 발상이다. 베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선은 베끼고 바꿔서 상업화하는 것이 진정한 창조다. 심지어 음악의 천재인 모차르트도 "완전한 독창적인 작곡은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사실 위대한 창조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단 과거를 통찰했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보는 관찰력을 기르는 것이 전략적 사고이자 창조적 사고이다. 창조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면서, 그러나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면 의외로 창조가 쉽게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교수도 "창조적 발상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이라 설파한 점을 지역정책결정자들은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재훈/영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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