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략부정 망언에도 일 학교 39년째 한국 수학여행

와카야마 고교 경주 등 둘러봐

새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 강점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39년 동안 한국으로 수학여행단을 보내고 있는 일본의 한 학교법인이 있다.

23일 오전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에 수학여행을 온 일본 와카야마현의 치벤학원 와카야마 고교는 1975년 학생 344명을 한국으로 수학여행단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3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오고 있다. 특히 이 수학여행단은 일본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의 고통을 나눠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배를 타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통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날 263명(교사 11명 포함)의 수학여행단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수학여행을 다녀간 학생 수만 1만8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49년 역사의 불교를 교종으로 삼고 있는 와카야마 고교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치벤학원의 설립자인 후지타 데루키요(藤田 照淸'2009년 작고) 전임 이사장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후지타 이사장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일본 문화의 원류는 신라와 백제'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꾸준히 여행단을 한국으로 보내왔다는 것.

후지타 데루키요 씨에 이어 치벤학원의 이사장이 된 아들 후지타 기요시 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우리는 불행했던 역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일본의 문화가 시작된 원류를 제대로 보고 체험해 올바른 역사관과 문화관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나의 소신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배편으로 시모노세키항을 출발, 부산에 도착한 수학여행단은 곧바로 경주로 이동해 대릉원과 천마총을 견학했다. 오후에는 경주국립박물관과 불국사를 방문해 해체 수리 중인 국보 20호 다보탑과 국보 21호 석가탑, 대웅전 등을 견학했다.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은 다보탑의 축소 탁본을 후지타 기요시 이사장에게 전달하며 이들을 환대했다.

와카야마 고교 카나모리(2년) 군은 "일본과 한국의 불상이 모두 비슷하다. 역시 일본의 원류는 한국이란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했다.

이날 경주 출신의 김석기 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가 당시 치벤학원과 맺은 인연으로 수학여행단과 동행했다. 김 전 총영사는 "이들이 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경색된 양국 관계를 완화할 진정한 민간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총영사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했던 일본인 장수 사야가가 조선의 수준 높은 문물을 보고 귀화해 선조로부터 김충선이란 이름과 정이품인 자헌대부의 관직을 하사받았으며, 그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대구 가창 우록동에 있는 점을 고려해 "내년에는 여행 코스에 대구를 경유하는 방안을 꼭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주에서 1박을 보낸 와카야마 고교 학생들은 이어 대전을 방문한 뒤 공주 무령왕릉과 부여 부소산성, 고란사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일본 문화의 원류에 대해 공부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사진=일본 와카야마 고교 학생들이 불국사 대웅전 경내로 들어가는 계단인 청운교, 백운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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