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서울 프로세스로 외교력 꽃피우라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북한도 원하면 참여시키는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일명 서울 프로세스 구상을 밝혔다. 남북한이 당사자가 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보폭을 넓혀 동북아 전체로 확대 발전시키자는 안이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초 미국 방문 때 이런 구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꼬일 대로 꼬인 동북아 갈등을 풀기 위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 동북아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 핵 위협은 지속적이고 상시화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청산 의지 부족과 이에서 비롯된 영토 문제를 두고 한국과 중국, 일본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출범 후 일본을 노골적으로 우경화로 몰아가며 주변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도무지 전쟁 피해국에 대한 이해나 배려를 찾을 수 없고 대화 의지조차 읽을 수 없다.

서울 프로세스는 과거사나 영토 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을 제쳐 두고 기후나 테러, 원자력 안전 등 각국이 쉽게 협력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의해 신뢰를 쌓아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영토 문제나 과거사 문제로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비정치적 분야의 협력부터 신뢰를 쌓아가자는 취지는 옳다. 한'중'일 간에는 기후변화 문제를 비롯해 원자력 이용 등 함께 협력해서 풀어야 할 다국적 문제들이 늘 존재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정치적 이유로 마냥 묻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 프로세스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은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동조나 협조 없이는 이룰 수가 없다. 중국이나 일본, 미국을 비롯해 심지어 북한까지 어느 한 나라 만만한 나라가 없다. 서울 프로세스는 멀고 험하다. 이를 성공으로 이끌려면 박근혜식 외교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