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평화헌법 고치려는 아베의 역주행

오늘은 일본이 소위 평화헌법을 시행한 지 66주년이 되는 일본의 헌법기념일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앞장선 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개헌 드라이브로 평화헌법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일본 우익들이 헌법을 뜯어고쳐 '천황'(일왕)을 국가원수로 명기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꿔 국가의 긍지를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실망스럽다.

2차 세계대전의 침략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을 '평화국가'로 거듭나게 한 근간이 평화헌법이다. 1947년 연합국사령부(GHQ)가 제정한 평화헌법은 군국주의와의 결별, 침략 전쟁의 재발 방지 및 반성의 정신을 담아냈다. 특히 제9조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핵심이자 골격이다.

아베를 비롯한 우익들이 개헌 발의 요건을 정한 헌법 제96조를 바꾸고 이를 바탕으로 제9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일본이 '전쟁 포기 국가'가 아니라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다시 회귀함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역사 교과서 왜곡 등 틈만 나면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것이 일본 우익의 작태다. 개헌은 아예 일본의 그릇된 과거사 자체를 묻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에 대해 '우리나라의 헌법이니까 일일이 설명할 문제는 아니다'며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베 정권의 개헌 밀어붙이기에 대해 다수의 일본 국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사히신문이 헌법기념일을 맞아 전국 2천19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헌법 9조에 대해 '안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52%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 39%를 웃돌았다. 민심에 역행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과거사 역주행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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