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을 기억한다.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고 그 세계는 계급적 차별이 없는 모든 인간이 평등한 세상이었으며 그 세계를 위해 소외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려 했고 그 약자들의 불편한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약자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위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던 칼 마르크스가 탄생한 1818년 5월 5일을 기억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소위 자본주의 세계화의 모순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은 20세기 말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시장 자본주의가 지구화라는 속도전을 앞세워 전 세계를 지배하리라는 생각이 망상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오히려 어쩌면 엄청난 생산성을 앞세운 자본주의가 우리 인간과 사회를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때맞춰 영국의 BBC가 행한 여론조사는 의미심장하다. '우리 시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뽑는 여론조사에서 이미 낡고 패배한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인 마르크스가 유수의 철학자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사상과 철학이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오로지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지 살아남는 것만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자본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성인 공동체의 가치마저 훼손한 지 오래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대와 이념을 넘어 거의 모든 것에서 갈등과 모순이 촉발되는 비정한 현실 속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자신을 덮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마치 타조가 자신을 쫓는 사냥꾼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달리다 머리를 모래더미에 파묻어 버리고 마는 것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의 절규를 외면하는 것에는 승자의 독식만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의 비열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다시 말한다. "철학은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개인에 불과하고 그 개인적 삶의 영위만을 위해 노력한다면 현실은 더욱 비정하고 차갑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직시하는 순간, 세상은 따뜻한 연민의 손길을 내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 5월에 마르크스를 기억하는 분명한 이유이다.
당신은 기억하는지/눈물겹고 그토록 힘겨웠던/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하는지/당신은 기억하는지/저물도록 그토록 열중했던/우리의 비밀놀이 기억하는지/끝도 없이 달려보던 저녁 푸른 연기 속/설레이던 나날들/정신없이 걸었었던 눈부신 철길/그리고 뭉게구름/오래전 그 수풀 속에 묻혀져 버린/지키지 못한 약속들/당신은 기억하는지/밤 깊도록 그토록 동경했던/우리의 먼 이야기 기억하는지/당신은 무얼 하는지/부시도록 그토록 영롱했던/별빛도 없는 이 밤 무얼 하는지(조동진 당신은 기억하는지)
조동진의 노래들은 선하다. 그의 노래가 선하다는 것은 그의 노래에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가득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 음악 활동의 기간에 비해서 비록 다섯 장의 음반을 내는데 그쳤지만, 그의 노래들은 지친 삶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조용히 사색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집을 떠날 때면 늘 그의 노래들은 힘이 되어 주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나 이국의 버스 속에서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던 그의 노래는 아득하게 잊고 있었던 고향집 바닷가를 떠올리게 했고 함께 놀던 친구들을 기억하게 했다.
저녁 해가 수평선에 걸릴 무렵 함께 놀던 아이들은 다 집으로 가고 낮은 처마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소년이 그의 노래에 있었다. 주름치마 교복을 입고 공기놀이를 하던 댕기 머리를 땋은 소녀가 그의 노래에 있었다. 그리고 가파른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던 손수레와 뒤뜰에 작은 키를 우쭐대며 피어나던 채송화와 민들레도…
당신을 기억한다. 5월 다시금 당신을 기억한다. 우리가 잊었던, 차마 잊고 있었던 아픈 기억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고 오직 꿈으로 가득했던 젊은 날의 그 뜨거웠던 신념을.
전태흥 미래TNC 대표사원 62guev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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