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면이 대구에 소개된 지도 꽤 되었다. 베트남 국수 전문점도 제법 많다. 이탈리아 식당은 유행처럼 퍼져 있고 프랑스, 스페인, 인도, 동남아 심지어 중앙아시아 음식점까지 있다. 비싼 돈 들여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해외여행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요즘 청년들은 참 좋겠다.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매번 뻔한 곳으로 가야 했던 예전에 비해 얼마나 고민거리가 줄었겠나. 거기다 요즘 청년들은 온통 아르바이트에 매달려 있으니 주머니가 얼마나 두둑하겠나.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온종일 아르바이트에 매달렸는데 하루 번 돈으로 근사하게 데이트 한 번 하기가 어렵다.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받는 돈은 법정 최저 임금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빅맥지수로 보면 1시간 일한 돈으로 호주는 3.5개, 네덜란드는 2.5개, 프랑스나 일본은 2.3개를 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1.2개를 살 수 있는데 세트메뉴를 시키면 1시간 일한 돈을 넘어선다. 1만 원 가까이 하는 일본 라면이나 베트남 국수를 혼자 먹어도 2시간 넘게 일해야 한다.
그래도 열심히 일해서 근사하게 데이트를 하면 좋겠는데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온종일 서서 일하는 것은 보통이고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어렵다. 30분 피자 배달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배달 아르바이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한 질주를 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은 1991년 30분 배달제를 폐지했고 일본은 배달할 때 삼륜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을 무시하는 일도 허다하고 해고 등도 고용주 마음먹기 나름이다.
더 큰 문제는 아르바이트를 경험 삼아 한다거나 재미 삼아 한다는 인식이다. 소 타고 한양 가던 시절의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생존과 미래의 암울함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버티는 것이다. 또 최저 임금을 올리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일자리 수가 줄어든다는 경제계의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경제기구는 최저 임금의 인상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저소득 근로자들과 그들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금의 청년은 문화를 소비의 중심에 두는 세대다. 이들에게 문화는 콘서트홀에서 오페라를 보고 미술관을 찾는 일만이 아니다. 그들이 입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청년들에게 문화 소비를 위한 최저 조건도 충족시켜 주지 못한 채 문화강국 또는 문화중심도시를 외치는 일은 허망하다. 조금 위안이 되려나. 지난 4월 30일 정부는 청년 유니언을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공식 인정했다. 청년 유니언 노조의 인정은 노동의 사각에서 고통받았던 이들에게 희망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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