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에 대한 폭언과 협박을 행사한 대기업 영업사원, 비행기 승무원을 괴롭힌 대기업 임원 등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뜨거운 가운데 이런 '갑을(甲乙) 관계'의 폐해가 교육현장에서도 공공연하다는 지적이 높다.
교육 현장에 따르면 학교장-기간제 교사, 대학교수-시간강사'대학원생'조교 등의 관계에서 후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에서는 전임교수가 시간강사들에게 '슈퍼 갑(甲)'일 수밖에 없다. 강사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강의 배정 권한이 사실상 전임교수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역 한 대학의 시간강사 A씨는 "전임교수들이 학과회의에서 교양 등의 강의시수를 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강사들의 생명은 전임교수의 손에 매여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행여 눈 밖에 나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스승의 날이나 학과 행사에 참석해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이나 조교에게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생 B씨는 "지도교수로부터 논문통과를 받지 못하면 다른 교수들한테 논문심사를 신청할 수 없다. 논문지도를 받지 못하면 학위를 따는 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교수의 권위는 절대적"이라고 전했다. 학과 사무를 보는 조교가 교수의 사적인 심부름을 하는 일도 많다는 것.
지난해 서울대 인권센터가 발표한 학내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 1천352명 중 11.1%는 '비서'처럼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기간제 교사 역시 임용권을 학교가 갖고 있어 학교장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규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학급 담임 맡기를 꺼리면서 기간제 교사가 대신 업무를 떠맡는 경우도 해마다 늘고 있다.(표 참조)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기간제 교사 1만8천여 명 중 담임을 맡은 교사의 비율은 45.9%로 2010년 31.3%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운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담임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0년 43.9%, 2011년 55.7%, 지난해 67.3%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천재곤 지부장은 "사립학교에선 교사 자리가 비어도 일단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뒤 그 기간제 교사가 학교의 말을 잘 들어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기간제 교사 수를 줄이고 교사 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데 교육 당국이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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