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친환경 장묘문화 메카로 뜬다

인덕원 조성이후 가족묘원 5곳 개설

영천 고경면 오룡리 산골마을이 자연장을 확산시키며 국내 장묘문화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 화제다.

이 마을에는 우리나라 자연장의 발상지인 경주 최씨 진사공파의 '인덕원'을 비롯해 밀양 박씨 농수공파의 '용산원', 경주 최씨의 '불성원' '성곡원', 영일 정씨 묘원 등 가족묘원 5곳이 조성돼 있다.

이달 5일 인덕원에서는 경주 최씨 진사공파 최봉진(81'인덕원 회장) 씨 가족 40여 명이 모여 풀을 뽑은 뒤 합동제사를 지냈다. 제사 후에는 영산홍이 활짝 핀 잔디밭에 가족끼리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눴다.

2000년부터 조성된 인덕원에서는 화장한 분골을 흙과 섞어 잔디 밑에 묻는 자연장 방식으로 조상의 묘 20여 기를 이장했다. 이 같은 자연장은 유골함도 없어 가장 친환경적인 장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별 비석 대신 가족 전체의 명단석에 성명, 출생일, 거주지, 사망일 등을 기록하고 모든 직함을 제외했다.

지금까지 자연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인덕원을 다녀간 사람이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에도 황의봉 세종대 초빙교수 등 장수 황씨 문중 5명이 충복 옥천에서 인덕원을 방문해 가족묘원 조성 방법, 비용, 관리 등에 대해 물었다.

최봉진 인덕원 회장은 "좁은 국토에 봉분을 높이고 큰 비석을 세우는 것이 과연 조상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자연장을 실시한 뒤 묘지 관리나 벌초 등의 걱정거리가 사라져 가족 간의 유대가 더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인덕원의 영향으로 자연장을 한 가족묘원이 영천 고경면 오룡리 마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누에 치는 청정마을로 알려진 '뽕밭동네' 오룡리가 최근 봉분 없는 초록마을로 변신한 셈이다.

이날 오룡1리 '용산원'에서는 밀양 박씨 농수공파 후손 50여 명이 가족묘원 옆 나무 밑에서 화수회를 열었다.

밀양 박씨 농수공파 종손 박영태(73) 씨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조상 산소 관리가 어려워 2008년 3천여㎡에 가족묘원을 만든 뒤 50여 기를 이장해 자연장 방식으로 잔디 밑에 묻었다"고 했다.

오룡1리와 2리에는 20가구 40여 명, 38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각각 거주하며 양잠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사진=5일 인덕원에서 경주 최씨 진사공파 샘촌댁 가족들이 합동제사를 지내고 있다. 민병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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