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맑은 대구 하늘? 오존 공습!…2주간 오존 농도 급상승

13곳 중 10곳 환경기준 초과…'주의보' 발령 한 번도 없어

쾌적한 날씨 속에 16일 대구 하늘이 맑은 모습을 보이자 많은 시민들이 앞산전망대에 올라 팔공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쾌적한 날씨 속에 16일 대구 하늘이 맑은 모습을 보이자 많은 시민들이 앞산전망대에 올라 팔공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문모(33'여'수성구 시지동) 씨는 이달 12일 남편과 함께 외출을 했다. 평소 비염이 있고 기침이 잦았던 문 씨는 이날 대구 시내 야외 공원을 걷다가 머리와 목이 아프고 메스꺼움을 느꼈다. 30℃가 넘는 기온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날과 다르게 숨쉬기가 거북했다. 문 씨는 "황사주의보 소식도 없었기 때문에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호흡기가 불편했던 것 같다"며 "평소 코 등 호흡기 쪽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씨가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이 있다. 바로 오존 농도. 올해 들어 대구지역에 오존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없기 때문에 오존의 영향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이날 대구 지역의 오후 시간대(1~6시) 오존 농도는 0.080~0.110ppm으로 오존주의보 기준(0.120)에는 못 미쳤지만 환경기준(0.100)은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대구 봄 대기환경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대기오염원이 상승한 기온과 반응하면서 오존 농도가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오존경보제의 가장 낮은 단계 기준이 환경기준보다 높아 시민들에게 아무런 주의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존 농도 '빨간불'

이달 들어 기온이 올라가고 일사량이 늘어나면서 대구지역의 오존 농도가 환경기준(1시간 평균 0.1ppm)을 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대구지역 13곳의 측정소 중 이달(1~14일) 오존 농도가 환경기준을 초과한 곳이 10군데나 됐고, 대부분이 6'8'12일을 중심으로 높은 오존 농도를 보였다.

북구 태전동의 경우 6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7시간 동안이나 환경기준을 넘는 오존 농도를 보였다. 8일은 2시간(오후 3, 4시), 12일은 5시간(오후 3~7시) 동안 기준치를 초과, 주민들이 이달 들어 모두 14시간가량을 높은 오존 농도에 노출됐다.

다음으로 ▷달성군 현풍면이 이달 6일(오후 3~8시), 12일(오후 2~6시) 11시간 ▷달서구 갈산동 6일(오후 5, 6시), 8일(오후 3시), 12일(오후 3~7시) 8시간 ▷수성구 만촌동 6일(오후 4~7시), 8일(오후 2~4시) 7시간 ▷남구 대명동 8일(오후 2~4시), 12일(오후 4, 5시) 5시간 ▷수성구 지산동 6일(오후 6, 7시), 8일(오후 2~4시) 5시간 등의 순으로 환경기준을 넘어선 오존 농도를 보였다.

환경부가 도입한 통합대기환경지수(CAI'Comprehensive air-quality index)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구지역 오존의 위험성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통합대기환경지수는 오염도에 따라 총 6단계로 나뉘는데 그중 '민감군영향'(0.081~0.120ppm)에 해당하는 수치가 1시간이라도 측정된 측정소는 이달 14일(이달 1~14일) 동안 13곳 가운데 13곳이다.

측정소별로 보면 달서구 갈산동이 14일 중 57.1%인 8일이 민감군영향에 해당하는 수치가 최소 1시간 이상 측정됐다. 다음으로 북구 태전동과 수성구 만촌동, 남구 대명동, 동구 신암동, 북구 노원동 등이 7일, 달성군 현풍면과 수성구 지산동, 동구 율하동 등이 6일, 서구 이현동과 중구 수창동이 각각 4일 등으로 뒤를 이었다.

환경부는 민감군영향 단계에서 노약자와 활동량이 많은 어린이'성인, 천식 등 호흡기질환자에 대해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오존주의보만 믿다간 큰코다쳐

문제는 오존경보제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주의보의 기준이 환경기준보다 높아 오존주의보만 믿고 외출을 했다간 자칫 건강에 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적용하고 있는 오존경보제는 1시간 이상 평균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면 주의보를, 0.3ppm 이상이면 경보를, 0.5ppm 이상이면 중대경보를 발령한다. 반면 환경정책기본법에는 오존 농도의 환경기준을 '1시간 평균 0.1ppm 이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의 오존 농도가 이달 들어 환경기준을 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존주의보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 시민들에게 아무런 주의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대구시와 구'군은 오존경보가 발령되면 행정'교육기관과 다중이용시설, 언론사 등 1천900여 곳에 발령 상황을 전하고 신청자에 한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이달 들어 발생한 환경기준을 초과한 오존 농도에 대해선 마땅한 조치가 없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오존경보제는 오존 농도에 따라 생활행동을 권고하거나 제한하는 제도이고 환경기준은 하나의 정책적인 목표로 설정됐기에 다른 기준치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남대 백성옥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존 등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난방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주유소, 세탁소 등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라며 "매년 기온이 상승하면 반복되는 오존 농도 상승을 줄이기 위해선 도로먼지 세척과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보급 등 오염 원인물질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키워드

▷오존(O₃)=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등에서 많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강한 태양광선을 만나 광화학 반응을 해 생성된다. 기온이 상승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봄과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고, 특히 햇빛이 강한 오후 2~6시쯤 많이 생긴다. 오존에 반복 노출되면 폐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증상으로는 가슴 통증과 기침, 메스꺼움, 목 자극 등이 있고, 기관지염과 심장질환, 폐기종, 천식 등을 악화시킨다.

▷통합대기환경지수(CAI'Comprehensive air-quality index)=대기오염도 측정치를 국민에게 쉽게 알리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오염도에 따른 인체 영향과 체감오염도를 고려해 개발된 대기오염도 표현방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