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나답게' 살아가기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쿨하게 넘겨버려." 최근 겪었던 직장 동료와의 갈등에 힘들어하던 내게 친구가 한 말이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답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처음부터 과정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있는 내게 '나답게' 넘겨버리라니. 과연 '나다운' 게 뭘까?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사람들은 누구나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믿음은 주로 과거의 경험이나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태도,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며, 이는 개인에게 '진실'이 되어 개인의 모든 활동, 감정, 행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개인은 이러한 '자아 이미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자아 이미지에 대한 프레스코트 레키 박사의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수천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그 과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나는 천성적으로 숫자에 약해' '나는 수학적인 개념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예외 없이 수학 성적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 학생들은 스스로 '나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레키 박사는 이 학생들에게 자아 이미지를 변경시키도록 유도했다. 수학 시험에 실패했을 때 '난 낙제생이에요'가 아니라 '이번 시험엔 떨어졌어요. 그렇지만 다음엔 꼭 합격할 거예요'라든가 '나는 할 수 있어'와 같이 부정적인 표현을 사실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자아 이미지를 변화시켰더니 그 결과 성적이 올랐고 우수한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자아 이미지의 개선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스스로 그려놓은 자아 이미지에 따라 반응한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뇌에서는 심리적 일관성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하며, '나는 말을 잘 못해, 또 당황할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순간 행동도 이와 일치하기 위해 말을 더듬게 된다는 것이다. 레키 박사는 사람들은 무의식중에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을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였다.

부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내가 이렇게 말하면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혹시 실수한 건 아닐까? 날 싫어하진 않을까' 등의 고민에 빠져 있다가 결국 '난 이런 사람이었어'로 마무리하고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하나같이 남을 비난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만 해왔으며, 전혀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스스로를 잘 컨트롤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눈여겨보면 다들 남들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려움을 헤쳐 온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혜민 스님은 행복해지기 위한 깨달음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우선,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남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렇게 힘들어할 이유도 없다. 내가 남을 다 좋아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들이 다 나를 좋아해 줄 수 있겠는가. 그냥 넘어가자. 그리고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이 사실 나를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 주는 일이 아니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떠한 모습인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렇게 스스로 '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증명해내는 날들을 계속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내 모습'이 '내 인생'을 결정할 것이다.

김미경/대구가톨릭대 교수·호텔경영학과 mkagnes@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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