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경빌딩. 5층에 발을 디디자 달콤한 커피 볶는 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커피 향이 흘러나온 곳은 이달 초 문을 연 '카리타스 무지개 카페'. 카페의 바리스타는 일본에서 온 아라키 가요(荒木佳代'55'여'대구 동구 신기동) 씨와 중국에서 온 안춘하(32'여'대구 동구 신서동) 씨. 이들은 이달부터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의 도움을 얻어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고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아라키 씨는 "한국으로 온 후 항상 지역사회의 도움만 받아왔는데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 덕분에 지역사회에 나눔을 베풀 기회가 생겼다"며 "2년 전 공부해 둔 바리스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이웃 사랑 나눔의 씨앗을 지역 곳곳에 퍼뜨리고 있다. 대구대교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사회복지시설은 100여 개가 넘는다. 이주여성의 자립을 돕는 '대구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도 그중 하나다.
대구지역 곳곳에서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활동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김동한 신부(김수환 추기경의 형)가 1976년 대구 결핵요양원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음해 결핵 환자들을 후원하는 '밀알회'가 구성됐다. 이후 1991년 밀알회가 주축이 돼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봉사단체들을 모은 것이 지금의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일명 대구카리타스다. 카리타스는 라틴어로, 영어로는 'Charity', 한자어로는 '애덕'(愛德)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약자와 함께 나누는 사랑'이다.
'카리타스 무지개사업단'은 이주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맡고 있다. 사업단에서 마련한 카페에서 이주여성들은 커피 만드는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외국어교실에서는 이주여성들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지역 주민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이주여성들이 지역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지역 주민들도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카리타스 남구보금자리'는 지난 2010년부터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을 적극 돕고 있는 단체다. 이곳에서는 연령, 성별, 자립도 등이 비슷한 장애인들이 5명씩 모여 보호작업장 등에 출'퇴근하며 일반인들과 똑같은 생활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30명의 지적장애인이 대구 남구지역에 흩어진 6개 생활시설에 머물며 자립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출'퇴근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은 남구 청소년 수련원에 마련한 '카페 카리타스'에서 일하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카페 카리타스를 거쳐 간 7명의 지적장애인 중 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대구대교구 가톨릭근로자회관도 지역의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노숙자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다문화가족을 위한 '다솜학교'가 열린다. '다솜학교'에서는 유치부, 초등부, 결혼이주여성반으로 나누어 한글'미술'합창 수업과 체험학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노숙자를 위한 쉼터와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소외계층이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무료 진료소도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열고 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장 정태우 신부는 "사랑'나눔의 정신을 지역사회 곳곳에 퍼뜨리는 활동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곧 하느님의 소명이라는 천주교 이념을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웃을 사랑하고 베푸는 마음이 지역 사회에 번져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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