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만원대 루이비통도 마트에서 판대요

대형마트 병행수입 인기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QR코드를 통한 통관 정보 확인 서비스가 제공돼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롯데마트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 QR코드를 통한 통관 정보 확인 서비스가 제공돼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롯데마트'이마트 제공

대학생 이경희(23'여) 씨는 얼마 전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레인부츠를 구입했다.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제품이지만 백화점에서 20만원 가까이 하는 가격 때문에 구입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한 대형마트가 같은 제품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 것. 이 씨는 "갖고 싶었던 레인부츠를 대형마트에서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한다길래 구입했다"며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마터면 맞는 사이즈를 구하지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새 수익창출 창구로 병행수입이 떠오르고 있다. 정품인 고가의 수입제품을 가격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제품은 품절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다.

◆병행수입으로 매출 창출하는 대형마트

10년 이상 지속하던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지난해 1.4%로 물가 상승률인 2.2%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2003년부터 매년 평균 25개씩 점포를 늘려오다 올해부터는 신규 점포 출점도 뚝 끊긴 상황이다. 장기 불황에다 휴일 의무휴업 등으로 인한 영업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제 3자가 다른 유통경로로 상품을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통상 공식 수입업체의 제품보다 30~70% 가량 저렴한데 수수료와 마케팅비 등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소비자들은 병행수입 제품을 선호하지만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소위 '짝퉁'이 유통되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정부는 기획재정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합동 물가회의를 열고 병행수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관세청이 병행수입 제품에 진품을 보장하는 QR코드(흑백 격자무늬 패턴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매트릭스 형식의 바코드)를 부착해 스마트폰 등으로 찍으면 해당 상품의 품명과 상표, 수입자, 원산지를 확인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 병행수입 제품의 신뢰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병행수입이 큰 인기를 끌자 공식 수입 업체와 중소 병행수입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병행수입 제품은 공식 유통경로로 수입한 상품보다 최대 70% 까지 저렴하다보니 공식 수입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독점 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최신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을 대거 병행 수입하면 공식 구입업체 제품 판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정부까지 QR코드를 이용한 정품 인증으로 대형마트의 병행수입을 장려하는 것은 지나친 대형마트 편들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QR코드로 진품 인증하자 매출 급상승

대형마트 병행수입의 원조는 코스트코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적으로 병행 수입을 통해 유명 브랜드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2009년 병행수입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의 병행수입 상품 매출은 2011년 106억원에서 지난해는 200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예상 매출을 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마트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제품들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헌터부츠, 탐스슈즈 등의 아이템이다. 이마트가 백화점에서 19만8천원에 판매되고 있는 헌터부츠를 트레이더스에서 8만9천800원에 판매해 준비 물량 2천300여켤레가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켈빈 클라인(CK), 보스, 토미힐피거 등의 인기 브랜드 속옷의 경우 하루 평균 2천여개가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에서 QR코드를 이용한 진품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해 대비 매출이 2배 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해당상품의 품명과 상표, 수입자, 원산지 등 통관정보를 알 수 있어 상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도 병행수입 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의 회원제 할인점인 빅마켓 도봉점에선 지난달 200만원대 루이비통 핸드백이 5개나 팔렸고 영등포점에선 500만원대의 샤넬 캐비어 골드 가방이 판매됐다. 또 병행수입 상품에 QR코드를 부착한 26일 이후에는 리바이스 청바지 매출이 2주전에 비해 4배, 선글라스는 2.5배 늘어났다.

대구지역의 경우 지난해 1월 오픈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이 병행수입의 대표 매장이다. 트레이더스 비산점은 프라다, 펜디, 버버리, 에트로 등의 브랜드 30여종을 최저 50만원에서 220만원에 판매하고 시계는 세이코, 알마니, 마크제이콥스 등 40여종을 10만원에서 150만원선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병행수입 제품 판매 후 2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9년부터 병행수입제품을 판매했지만 가격이 저렴해도 진품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구입 꺼려하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QR코드를 통한 진품 확인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병행수입제품을 선보여 매출을 견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