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힐의 과거…"왕궁 정원에 널린 X 밟을라" 프랑스 귀족들이 굽 높여 신어

과거는 불우했다. 생각하기도 싫단다. "중세 유럽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어요. 특히 제가 처음 태어난 프랑스에서는 화장실이 보편화되지 않아 거리엔 오물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죠.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밤새 용기에 모아둔 오물을 창밖에 내던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정도였어요." 도도한 그녀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듯 잠시 말을 끊었다.

"베르사유 궁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나 파티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귀족들 때문에 궁의 정원은 오물로 뒤덮이기 십상이었죠. 멋지게 차려입은 귀족들이 오물을 밟지 않으려고 사람들이 저를 신게 된 거예요." 동양에서는 비슷한 대접을 받았단다. "일본의 게이샤나 중국의 후궁들은 아찔한 높이의 통굽이 달린 나막신을 신었고, 터키 군주의 첩들도 규방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터무니없이 높은 굽의 구두를 착용해야 했다. 물론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하이힐과는 모양도 그 쓰임새도 많이 다르지만 이 모두가 하이힐의 전신으로 여겨지죠."

그녀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다. 메릴린 먼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 "이래저래 계산해 보면 제가 여성만의 특권으로 자리 잡은 것은 100년도 채 안 되지요. 이제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해 또 여권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물 방지용으로 여성을 속박하는 족쇄로 이용됐던 하이힐 양. 한때 아름답지 못한 과거가 있었지만 그녀의 미래는 무척 밝아 보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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