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1994년 국내 채권시장이 해외에 개방된 뒤 20여 년 만에 외국인 채권 투자 100조 시대를 맞은 것. 하지만 외국인 투자 증가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여서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급속한 자본 유출은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최대치 경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고는 100조1천7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말 74조2천억원이었던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고는 2011년 말 83조270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말 91조16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채권 보유 잔고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외국인의 채권 보유 잔고는 97조4천억원으로 3월에 비해 2조2천억원 증가, 월말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액은 6조2천360억원에 이른다.
국가별 보유액을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이 20조5천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채권 보유 잔고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룩셈부르크 16조3천억원(16.7%), 중국 12조원(12.3%). 태국 8조원(8.2%), 말레이시아 7조9천억원(8.1%)의 순이었다.
외국인 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 또 기준금리 인하,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기대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영향으로 일본 국채 거래가 축소된 반면 한국 국채 거래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엔 윤활유, 대외 여건 변화엔 취약
외국인 채권 투자 증가는 국내 자금 조달 시장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또 채권 시장에 돈이 몰리면 채권 금리가 낮아져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특히 외국인이 국채를 많이 구입하고 있어 나랏빚이 감소한다.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가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채권 투자가 늘수록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점은 위험 요소다. 지난달 24일 기준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34.3%(392조5천526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시장이 대외 환경 변화에 크게 출렁이는 이유다. 채권시장도 외국인 비중이 커지면 대외 변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이루어질 경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로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원화 강세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놓은 '외채 동향 및 평가'를 통해 "채권 자금은 대외여건 변화 시 급격한 유출로 반전될 우려가 있어 외국인 투자 동향을 보다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대외 건전성과 관련된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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