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WP) 지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 생)의 자살이 많이 늘어났다. 이 세대는 2억 6천여만 명의 미국 인구 중 29%(2010년 기준)에 이른다. 2010년 통계로는 1999년보다 자살이 55~59세는 49.1%, 50~54세는 48.4%나 늘었다.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경기 불황을 맞았고, 자신도 노화(老化) 과정에 있는데 부모와 자식을 돌봐야 하는 이중, 삼중고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분석이 따랐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1955~1963년 생)의 현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세대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001년 18.3명에서 2011년 40.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양국 베이비부머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뚜렷하다.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 봉양해야 할 부모, 돌봐야 할 자식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라는 점이 같다. 그러나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2차 대전 뒤 미국의 급성장으로 오랜 시간 동안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시대의 변화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더할 수 없는 자유도 누렸다. 반면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이런 경험이 없다.
그 차이는 WP가 인용한 인터뷰에서 잘 나타난다. 은퇴 뒤, 빚과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을 시도했던 63세의 프랭크 터컬리는 "젊었을 때는 사람들이 서로 맞추며 살아가고, 서로 도우려 했다. 빈부 격차도 크지 않았다. 그렇게 어울리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세상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다"고 했다.
아마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말은 전혀 다를 것이다. 어릴 때는 전쟁의 여파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청장년 시기에는 군부 독재와 경제 부흥이라는 '절대'에 짓눌려 누릴 자유가 없었다. 잠시의 물질적 풍요는 IMF 사태와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남은 것은 자식 세대와의 소통 불능, 불안한 노후, 사회적 고립이다.
현재 터컬리의 상황은 슬픈 일이지만, 모두 서로 돕는 세상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그런 희망을 품었던 그가 부럽다. 반면, 모든 것을 희생해 국가와 가족에 봉사하며 이 순간까지 달려온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절대로 하지 못할 말이라는 점이 서글프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에겐 '부모를 모셔야 하는 마지막 세대, 그리고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라는 자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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