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은퇴일기] 어디서 살까

베이버부머들은 고향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촌놈'의 본색이지요. 농민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그들의 75%가 은퇴 후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했답니다.

전원생활은 분명히 생활비가 절감됩니다. 수명도 약간 늡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고 지내온 네트워크에서 완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몸의 수고는 필수이지요. 녹록한 생활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의 주거지를 결정할 때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통이 편리한 곳, 의료시설이나 여가시설 등 각종 복지시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곳, 그리고 은퇴 이후 생활 단계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지요.

생활 단계는 크게 60, 70대의 활동기, 80대 초반의 회고기, 80대 중후반의 간병기, 그리고 어느 한쪽의 홀로 생존기와 그 사람의 간병기 등 총 5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원생활은 60대나 70대 중반까지 가능한 꿈이라고 말합니다.

전원주택 외에 실버타운이 있습니다. 의료시설이나 오락시설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식사와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지요. 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은 상당한 액수를 지불해야 하고 공공 복지시설은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입니다.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노인들끼리 있다 보니 소외감이나 무료함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방법(Aging In Place)입니다. 최근 미국서 가장 주목받는 은퇴 후 주거 유형이지요. 미국은퇴자협회 조사(2010년)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노인 복지제도가 잘된 스웨덴에서는 노인의 90%가 살던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입니다. '다양한 거주'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베이스캠프 역할만 하고 봄에는 제주도에서, 여름에는 강원도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동남아에서 각각 한 달씩 사는 그런 방식입니다.

어떻습니까. 살고 있는 집에서만 일 년 열두 달 지내야 한다는 인식부터 깨면 더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은퇴 후 삶의 질은 어쩌면 형식 깨뜨리기와 비례한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너무 젊나요.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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