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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이 사건' 엉터리 검안에 꼬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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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7개월 만에 숨진 '지향이 사건'(본지 6월 17일 자 4면 보도)이 생모와 동거남의 학대와 방치에서 비롯됐지만 사건을 키운 데는 허술한 검시 체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차로 시체를 확인한 뒤 사인의 윤곽을 추정할 수 있는 역할이 검안의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체는 말하고 있다'는 경찰의 수사 원칙과 동떨어진 검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한 해 동안 경찰이 의뢰하는 변사자 검시 건수는 5천 건에 육박한다. 대구에서도 하루 평균 3건의 변사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대구의 검안의는 단 2명. 그중 1명은 지향이 사건뿐 아니라 14년 전 엉터리 검안서를 작성해 의사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던 검안의였다.

당시 이 검안의는 1999년 대구에서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던 30대 여성 장애인이 숨진 현장에 검안의로 나가 경찰과 짜고 여성 장애인이 빙초산을 먹고 음독자살한 것으로 검안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여성 장애인의 몸 곳곳에는 찰과상이 뚜렷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록이지만 검안서에는 시체에 외상이 없다고 돼 있었다.

이 검안의는 결국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등 죗값을 치렀다. 하지만 의사 면허가 취소된 지 3년 뒤인 지난 2007년 면허를 다시 받아 의원을 열어 매달 40~50건의 검안서를 발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안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타살 사건이 자살 사건으로 둔갑할 수 있는 구조는 지금이나 14년 전이나 매한가지였던 셈이다.

문제는 엉터리 검안서이지만 검안의가 시체를 확인해 검안서를 작성하면 이를 화장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것이다. 지향이 사건 역시 이런 허점이 고스란히 투영되면서 지향이의 시체가 화장돼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지향이가 마지막으로 갔던 경북대병원은 최초 사망 원인으로 '외인사(외부 충격 등에 따른 사망)'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의 검안의는 단순 '병사'로 검안서를 작성했다. 지향이의 시신은 보지도 않았다. 입관이 된 데다 시체가 다 싸여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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