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블랙아웃' 파고를 넘자] <하> 고효율 전기기기 사용하자

전기 덜 먹고 오래 쓰는데…"교체 비용 정부가 더 부담을"

LED와 CDM램프(세라믹고압방전등), 무전극램프 등
LED와 CDM램프(세라믹고압방전등), 무전극램프 등 '전기 덜 먹는' 고효율 조명을 활용해 블랙아웃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LED 조명으로 교체해 전기 소비량을 줄인 도청교 가로등.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고효율 조명등과 전기기기 등을 사용해 전기소비량을 줄여 블랙아웃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과 가로등을 중심으로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를 포함해 고효율 조명등이 보급됐지만 값비싼 교체 비용을 감안해 정부의 예산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청, 전체 등 46%가 LED

이달 7일 오후 대구시청 본관. 1층 북쪽 편 복도에는 조명이 아예 꺼져 있어 어두컴컴했다. 원래 두 개가 달려 있어야 할 조명등도 하나가 빠져 있었다. 2층 사무실도 마찬가지. 직원 책상 위에는 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각 사무실 칸막이 사이 통로의 조명은 꺼져 있다. 최고기온이 28℃밖에 되지 않는 날엔 창문을 열고 선풍기 켜는 것도 자제한다. 이처럼 전력 사용에 '구두쇠'처럼 구는 이유는 최근 안전행정부가 "7, 8월 전력 사용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 대구시 관계자는 "본관 북쪽 편 복도처럼 사람이 잘 안 다니는 곳의 등은 아예 꺼놓고 이용자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직접 스위치를 켠다. 사무실 창쪽에 있는 조명은 아예 램프를 빼놨다"고 했다.

대구시가 이처럼 에너지 절감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 형광등이었던 조명 5천846등 중 46.4%(2천718등)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투입된 비용은 국비 2억4천만원을 포함해 총 3억여원 정도. LED 조명은 수명이 5만 시간 정도로 형광등의 10배에 달하며 전력 사용량도 절반이다. 평균 조도도 300Lux(룩스)에서 400Lux 이상으로 밝아졌다. 하지만 문제는 교체 비용이었다. 대구시 회계과 이은석 주무관은 "LED 조명이 형광등에 비해 2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빠듯한 대구시 재정을 감안해 지역에너지사업의 일환으로 국비 지원을 받아 시행한 것"이라며 "현재 전국 지자체가 에너지 고효율 조명으로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 일찍 시작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각 사무실 창문에는 단열 필름도 입혔다. 자동차로 치면 '선팅'을 해 여름철 열 차단 효과를 높이려 한 것. 이 주무관은 "단열 필름을 입힌 뒤 한여름 실내 온도가 확실히 낮아졌다. 창가에 앉은 직원들은 덥다고 에어컨을 마구 틀 수도 없으니 여름마다 불볕더위와 싸워야 했는데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절감 전문 컨설팅회사인 ㈜GNNOMAD 위현복 대표는 "LED 교체 비용이 적지 않지만 24시간 가동하는 공장이나 주유소 등지는 2년 내외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LED로 교체하는 것이 에너지 및 전기료 절감에 효과가 크다"고 했다.

◆가로등도 '절전'이 대세

도심 곳곳에 있는 가로등도 LED와 CDM램프(세라믹고압방전등), 무전극램프로 교체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가로등에 나트륨 램프와 메탈할라이트 램프가 사용됐지만 가로등을 껐다가 다시 켤 때까지 등을 식히려면 20시간이 넘게 필요한데다 에너지 효율도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반해 CDM램프와 무전극램프는 기존 램프보다 수명이 2만 시간 이상 길고 전기료를 최대 50% 절감할 수 있어 절전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전력을 250W에서 150W로 낮췄기 때문.

대구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6만5천591등에 CDM램프와 무전극램프가 각각 2만2천641등, 2천219등으로 여기에 LED램프를 포함하면 에너지 고효율 램프가 전체의 43.5%를 차지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정류소와 치안 취약지대를 제외하고 전체 가로등 30% 가까이 점등하기도 했다. 대구시설관리공단 가로등관리팀 유창호 팀장은 "고효율 램프는 전력 사용량을 낮춰줄 뿐 아니라 빛 사용에 효율적이다. 나트륨 램프는 빛의 산란이 심해 빛이 사방으로 퍼지지만 CDM램프나 LED는 필요한 면에만 빛을 직선으로 비출 수 있다. CDM램프는 지하도처럼 낮에도 조명이 필요한 곳에 많이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가로등 점등에 사용한 전기료도 대폭 줄어들었다. 2010년에 총 5만6천여 등을 켜는데 50억여원이 들었지만 지난해에는 6만1천900여 등을 켜는 데 65억원가량을 전기료로 냈다. 최근 5년간 전기료가 36.4% 상승하고 가로등 개수 또한 대폭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다는 것.

하지만 현재 가로등 LED램프는 도입 단계다. 도청교에서 명덕네거리, 국채보상로 일부 지역에 LED 조명을 설치해 놓고 설치 비용 대비 에너지 절약 효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유 팀장은 "CDM램프는 LED보다 수명은 짧지만 나중에 램프 수명이 다 됐을 때 램프와 안전기만 교체하면 된다. 하지만 LED는 5만 시간이 지나면 램프뿐 아니라 기기 전체를 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램프가 더 나은지 장기적으로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노테크 이동호 대표는 "고압방전등이나 무전극램프 등은 LED에 비해 가격도 싸고 수명도 이에 못지않으며, 기존 등기구에 곧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저예산으로도 고효율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많이 출시돼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을"

정부는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확대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600억원을 책정했고, 앞으로도 더 늘릴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에너지관리공단이 역할을 나눠 집행하고 있다. 한전은 민간 건물과 양계장 등지에 LED 조명으로 교체할 경우 최대 60%까지 지원하고, 고효율 인버터와 고효율 냉동기 교체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또 저소득층에는 무상으로 지원 방침도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공공기관과 복지시설 등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고효율 전기기기 사용을 촉진해 전기소비를 줄여 전력 수요를 절감하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산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데 수조원씩 투입하면서 고효율 기기 보급 확대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한 민간 전력 전문가는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확대를 통해 블랙아웃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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