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랑스식 서재/김남주 지음/이봄 펴냄
외국 문학가들의 책은 그 번역에 따라 문장의 결이 너무나 달라진다. 그래서 꼼꼼한 독자들은 누가 번역했는지도 함께 챙겨본다.
번역가 김남주는 자신이 원서와 공감한다고 느꼈을 때 번역을 한다고 한다.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 아멜리 노통브, 알베르 카뮈, 로맹 가리 등의 작품을 번역한 김남주의 후일담과 같은 책이다.
외국문학을 우리말로 번역해오면서 줄곧 부딪쳤던 문제는 저자에게 크게 두 가지였다.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와 '이 일을 할 의미가 있는가' 하는. 하지만 사람들은 이 후일담을 통해 번역가가 바라보는 그 책의 의미와 작가의 생각들을 번역가의 목소리로 다시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와 동시대를 호흡하는 책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광고와 유행에 휩쓸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던 작가와 만나게 해준다. 고고학과 범죄를 결합시킨 프랑스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프레드 바르가스,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가즈오 이시구로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두 작가는 번역가 김남주가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작가들이다.
번역가의 '옮긴이의 말'은 현재의 호흡으로 지금을 묘사하는 작가들과 만나는 하나의 귀중한 다리다. 책 속의 내용 역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그 책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많은 외국 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번역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번역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안에서 살아간다.' 저자는 어쩌면 문학이란 상처를 통해 풍경으로 건너갈 때 나오는 것이라고 읊조린다. 그 풍경이 궁금하다.
272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