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NG선 4척 등 일감 확보…회생에 흔들림 없다"

'그룹 경영 위기' STX중공업 대구공장 가보니

STX그룹의 위기 속에도 STX중공업 대구공장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등 회사 존속을 이끌고 있다. LNG선 단열박스를 조립하고 있는 대구공장 직원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STX그룹의 위기 속에도 STX중공업 대구공장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등 회사 존속을 이끌고 있다. LNG선 단열박스를 조립하고 있는 대구공장 직원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7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STX중공업 대구공장. 지난해 새로 들어선 LNG선 단열박스 공장 내부는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인 합판들이 빼곡했다.

회사 관계자는 "LNG선 단열박스는 배 한 척을 만드는데 6만 개가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핵심 부품이다"며 "작년 수주한 4척의 LNG선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쉴새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법정관리 및 자율협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STX중공업 대구공장은 꾸준히 가동률을 유지하고 직원들은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신공장에서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 아이템을 발굴하는 등 STX중공업 핵심 공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직원들 회사 살리기 위해 똘똘 뭉쳐

조선'기계, 해운'무역, 엔지니어링, 에너지 등 4개 사업 부문으로 이뤄진 STX그룹은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TX건설이 지난 4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종합해운물류 사업을 담당하는 STX팬오션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요 제조 계열사들은 최근의 불황을 잘 넘기면 회생가능성이 크다.

STX중공업 대구공장은 꾸준한 주문량과 수년 전부터 준비한 미래 아이템을 바탕으로 기업의 존속을 이끌고 있다.

2009년 성서3차산업단지에 디젤엔진용 부품을 생산하는 'STX엔파코'로 출발한 대구공장은 8만5천288㎡ 부지에 디젤엔진용 과급기(터보차저) 공장, 첨단소재 공장 등을 갖춰 지역 최초의 첨단엔진 부품소재 공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0년 이름이 STX메탈로 바뀌었으며 올해 1월 STX중공업과 인수합병하면서 STX중공업 대구공장이 탄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초 STX중공업 본사와 합병하면서 단 1명만 구조조정하는 등 우리 공장은 피해를 최소화한 덕분에 다른 계열사보다 직원들의 분위기가 좋다"며 "70%의 가동률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큰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 회사의 중심 공장

대구공장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건립한 LNG선 단열박스 공장의 미래 가치 때문. 단열박스는 LNG선 화물창에 설치되는 단열기자재로 나무 박스 내에 단열재를 충진해 대기에서 기화되는 LNG의 증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LNG선 한 척당 6만 개 이상 사용되는 단열박스는 LNG 선박의 핵심설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김원규 부장은 "단열박스는 배 한 대 가격의 10%를 차지할 정도다"며 "1척의 배가 생산되면 평균 200억~300억원어치의 단열박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구공장은 LNG선 단열박스 공장을 준공하면서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등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생산에 나서고 있다.

이곳에서 최근 만든 항공기 터빈용 소재는 지난달 항공기 터빈 부품 국제규격인 AS9100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마이크로 가스 터빈 등 미래 제품의 개발을 2011년부터 시작했다.

이런 성장 가능성 때문에 지역 내 60여 개 협력업체의 분위기도 좋다. 김현중 공장장은 "우리가 무너지면 지역의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성장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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