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한 여인과 아름다운 사랑 남긴 백석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 시인은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서 우리 시대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집 '사슴'(1936)을 남겼다. 백석을 가장 좋아했던 경북 예천 출신의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베낄 때면 묘한 흥분과 감격에 휩싸이곤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1930년대 천재시인 소리를 들었던 백석은 광복 후에도, 6'25전쟁 때도 북에 남아 1996년 생을 마쳤다.

1912년 오늘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그는 1997년 법정 스님에 의해 문을 연 길상사 옛 주인과의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삼각산 길상사란 사찰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전 이 건물은 '대연각' 요정이었다. 주인은 길상화(김자야'본명 김영한)란 여성이었다. 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과 건물을 스님이 쓴 '무소유'란 책을 읽고 시주했던 그 여성은 바로 백석의 연인이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란 제목의 그의 시에 나오는 '나타샤'의 주인공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여인은 연인과의 사랑을 담은 '내 사랑 백석'이란 자서전을 내기도 했고, 기증한 돈(2억원)을 기금으로 1997년 '백석문학상'이 제정됐다.

정인열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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