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창조가 미래 창조다]<2>대구경북은 문화 생산 기지

'메이드 인 대구' 뮤지컬·오페라, 지역 경제 살릴 효자 콘텐츠

순수 지역 스토리텔링과 지역 출신 연출진
순수 지역 스토리텔링과 지역 출신 연출진'배우들로만 구성돼 올해 딤프 대상을 거머쥔 뮤지컬 '사랑꽃' 출연배우들의 축하공연 장면.

박근혜정부가 내건 슬로건 '창조경제'. 이 '창조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문화다. 진취적인 도전이 가능하며, 지역을 토대로 세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 웰메이드(Well-made, 잘 만들어진) 지역문화 콘텐츠 하나가 지역경제를 먹여 살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화의 힘은 지속적이고, 직간접적인 파급효과도 크다. 프랑스 아비뇽, 영국 에든버러 등의 축제는 그 지역경제의 원천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도 세계적으로 통할 킬러 콘텐츠를 만들 토대를 갖고 있다. 문화를 통한 창조경제를 폭발시킬 기폭제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에는 스토리텔링거리도 많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인적'물적 자원도 많이 갖고 있다.

대구경북발 문화 신한류를 꿈꾸자! 전 세계 그 어떤 지역보다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이 널려 있고, '찐한' 경상도 기질(뚝심과 외곬로 파고드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지역 창조경제의 핵심은 문화며, 대구경북은 뭐니 뭐니 해도 문화가 미래 파워"라고 말했다. "이제 구미와 포항으로 먹고사는 시대가 가고 경주와 안동으로 먹고사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 뮤지컬 축제의 가능성 보여준 딤프!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 윤호진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초대 한국뮤지컬협회 회장)은 올해 제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 심사위원장을 담당하며, "아시아 어떤 곳에서도 대구처럼 뮤지컬축제를 도시 전체가 떠들썩하게 여는 곳은 없다.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축제로 발전시킬 여건이 충분하며, 5년 후면 딤프는 세계적 뮤지컬 축제로 명성을 떨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미국-영국-일본 등 뮤지컬 선진국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다음부터 중국-동남아-중남미 등의 나라에서도 참여한다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운 국제 뮤지컬 축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딤프는 특히나 순수 지역 스토리텔링(대구 진골목 이야기)을 입힌 창작뮤지컬 '사랑꽃'(연출 정철원'음악 윤정인)이 딤프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했다. 지역 문화 창조의 청신호라고 봐도 좋을 만하다. '♬얼마나 큰 슬픔이길래∼∼♬'라는 가사가 담긴 멜로디는 애절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율에 담아냈다. 딤프 폐막공연 및 시상식에서 국내'외 많은 뮤지컬 관계자들이 '사랑꽃'의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에 관심을 표했다. '사랑꽃'을 대상으로 결정한 딤프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지금 당장 서울'해외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작(秀作)"이라며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뮤지컬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대구가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정철원 감독은 "우리 스스로 대구 촌뜨기라고 폄하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구의 문화 역량은 서울을 넘어 세계로 뻗어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한 중국-미국-유럽시장을 노크하자!

대구에서 출발해 서울이 아닌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차츰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딤프는 뮤지컬 '투란도트'로 중국 항저우'닝보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특히 닝보시는 도시 역사상 첫 뮤지컬 공연이라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 딤프 역시 중국 상하이 공연축제 주최 측으로부터 뮤지컬 '투란도트'의 공식 초청을 의뢰받은 상태다. 성우기획을 운영하고 있는 배성혁 딤프 이사는 국내'외 스타급 뮤지컬 배우뿐 아니라 마이클 리 등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딤프가 국경을 넘어 세계와 통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구발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로 서울까지 진출해 큰 인기를 누렸던 지역 연출가 이상원 뉴컴퍼니극단 대표 역시 최근 떠오르는 중국통(通)으로, 자신이 연출한 중국 뮤지컬로 연말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까지 추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지역 민간극단 대표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중국 강소성연예집단, 중국 상하이화극센터 등과 직접 교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구에서 만든 뮤지컬 '미용명가'를 중국어 버전으로 만들어, 중국 배우들과 함께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또 중국 작품인 '당백호 점추향'의 총연출을 맡아, 공연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 공연이 연말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할 경우 총연출은 역시나 이 대표가 맡는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 문화계는 추격형에서 탈피해, 먼저 치고 나가는 돌격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페라도 망망대해로 나아갈 채비

대구는 공연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 중심에 뮤지컬과 함께 오페라가 있다. 매년 가을 대구에서 열리는 오페라축제 역시 오페라 마니아들은 물론 대구시민들의 참여로 벌써 10돌을 넘겼다.

특히, 대구는 10년 전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를 꿈꾸며, 지방 최초로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개관했다. 그리고 오페라축제 기간 동안 전 세계 10개국, 60여 개 단체가 190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이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성악가들도 주목받을 기회를 제공받고 있기도 하다. 3년 전부터는 '메이드 인 대구' 오페라 작품들이 중국과 터키, 독일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민간 오페라단인 영남오페라단(단장 김귀자)은 오는 9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한 방'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수많은 대작을 지역 성악가,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에 올린 경험이 있는 영남오페라단이 대구문화재단 집중기획 공연에 선정돼 지원받은 1억원을 종잣돈 삼아 총 제작비 3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연을 준비 중이다. 작품명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라 보엠'이다.

이 공연은 영남오페라단의 창단 29주년 기념공연이기도 하다. 김귀자 단장은 개인적인 인맥을 십분 활용해, 유럽 오페라의 거장 마르코 발데리를 대구로 불러 지휘를 맡겼다.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김 단장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모니카 콜론나(미미 역)와 마르코 푸르소니(로돌포 역)도 남녀 주인공에 캐스팅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정상의 바리톤 김승철(마르첼로 역), 유럽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가수 박효강(무제타 역)과 함께 호흡을 맞추도록 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연출 역시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플라비오 트레비잔이 맡는다.

김 단장은 "세계적인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은 지역의 오페라 팬들에게도 좋지만 대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