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는 새로운 빈부격차를 만들어냈다. 건강에 좋은 유기농 채소나 과일은 부유층이 사는 지역의 식품점에서나 볼 수 있고 빈민층이 사는 지역에는 거의 찾기 어렵다. 대신 햄버거, 피자 가게 같은 정크푸드점만 즐비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빈민층의 상당수가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다.
도시농업을 이야기할 때 미국의'피플즈 그로서리'(People's Grocery)가 많이 회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쪽에 있는 웨스트 오클랜드(West Oakland) 지역은 저소득층이 밀집해 살고 있다. 대부분 흑인이 사는 이곳은 점차 슬럼가로 변했고 한때 재개발하려는 당국과 거주자 사이에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피플즈 그로서리가 이곳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피플즈 그로서리는 이곳 저소득층이 건강한 먹거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푸드시스템을 만들어 영양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밀착형 단체다. 이 단체는 도심 텃밭 두 군데와 온실 한 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주민이나 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이 주간 단위로 와 도심 텃밭과 온실에서 각종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이를 저소득층에게 공급하고 있다. 도심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을 'Grub Box'라고 부르는 식품 상자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Grub Box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키운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 상자에 12~24달러로 상자에는 건강식 조리법과 영양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도 담겨 있다.
만성질환 등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가정에는 12달러에 공급하고 기부자나 자원봉사자 등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24달러에 공급한다.
이 같은 피플즈 그로서리의 노력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비만율과 만성질환 발생률 등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또한, 슬럼가가 텃밭으로 변하면서 위험하게 느껴졌던 거리가 밝아지고 깨끗해져 사람들이 쉽게 왕래하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피플즈 그로서리는 유기농 채소 공급뿐 아니라 인턴십과 8주간의 교육훈련, 방문체험, 요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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