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한 서른세 살의 신애(전도연)는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간다. 피아니스트의 희망도, 남편에 대한 꿈도 잃어버린 그녀는 작은 도시에서 피아노 학원을 연 후 새롭게 시작하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첫날부터 일은 꼬인다. 밀양 외곽 5㎞ 지점에서 차가 고장 나면서 신애는 카센터의 종찬(송강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종찬이 레커를 끌고 와 세 사람은 함께 밀양으로 간다.
종찬은 젊고 매력적인 신애에게 호감을 보인다. 종찬은 서울서 밀양에 살러 온 신애에게 살 집을 소개해주고, 피아노 학원 자리를 봐주고, 그녀를 따라 땅을 보러 다닌다. 신애의 남동생 민기(김영재 분)에게 "당신은 누나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얘기까지 듣지만 그래도 계속 신애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못한다.
종찬은 밀양이라는 도시와 닮았다. 특별할 것이 없는 그만큼의 욕심과, 그만큼의 속물성과, 또 그만큼의 순진함이 배어 있는 남자다. 마을 잔치나 동네 상갓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하지만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신애의 풋풋한 희망도 잠시, 아들 준이 유괴된다.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자리를 갖게 된 하필 그날 아들이 실종된 것이다. 신애는 유괴범의 지시에 따라 돈을 마련했지만 싸늘한 준의 시체만 발견하고 오열한다. 그리고 신애는 그날부터 교회에 다니며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 '종교'란 것도 삶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신애는 그렇게 모든 걸 혼자 힘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졌지만 두 주연배우의 호소력 짙은 연기로 호평받았다. 전도연은 아이와 세상 모든 것을 잃은 절박한 심정을 진한 눈물연기로 표현했고, 송강호는 제3자의 입장에서 그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심정을 유쾌하면서도 심도있게 그려냈다. 인간의 속물근성과 종교의 위선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창동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러닝타임 141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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